[새만금 제1차 밤샘토론] “새만금, 생명존중 생태도시 조성· 스토리 발굴 등 미래 지향 개발을”

주요 발제 내용

'새만금, 무엇이 장벽이고 어떤 길이 살길인가'를 주제로 제1차 새만금밤샘토론회가 열린 5일 군산 라마다호텔에서 강임준 군산시장과 박준배 김제시장, 새만금새전북21 관계자와 백성일 전북일보 부사장 및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새만금은 여의도 면적의 140배,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 크기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표 간척사업이다.

지난 1991년 11월 28일 많은 기대 속에 공사를 시작했지만 27년 지난 지금도 여전히 큰 변화가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맞고 있다. 여러 번 정권이 바뀌었지만 매번 ‘장밋빛 기대’에 불과했고, 개발에 속도가 붙지 않으면서 약 19년 8개월 만에 힘들게 완공된 세계 최장 방조제를 제외하면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것도 없다.

“새만금은 왜 옥동자가 되지 못하는가, 새만금의 문제는 무엇인가, 새만금은 과연 어떤 길로 가야하는가’. 지난 5일 군산에서 열린 새만금 밤샘토론은 이런 의구심과 질문에서 출발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날 8명의 민간 전문가들이 발제자로 참여해 관광·문화·친환경·기업 유치 등 다방면에서 새만금의 성공적인 발전을 위한 여러 정책과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새만금사업 정확한 진단 필요

정석훈 전 아리울홀딩스 회장은 새만금 개발이 더딘 이유에 대해 “매립·도로·공항 등 인프라의 문제가 아닌 수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어느 부문에서 수요 촉진이 가능한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새만금을 대규모 용지가 필요한 산업형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철강과 자동차·부품 등 대규모 용지가 필요한 중후장대 산업은 이미 설비과잉으로 구조조정 중이고, 고급두뇌가 필요한 첨단산업은 (인력 수급 문제로)수도권을 떠날 수 없어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새만금의 경쟁 우위요소를 활용해 제조업을 선택·집중해야 한다”면서 “현재 열악한 여건 속의 새만금에서 할 수 있는 제조업으로는 식품업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 회장은 “땅값이 싼 국유지라는 장점을 살려 유통형과 관광휴양형을 통해 새만금의 수요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새만금 신항을 세계적인 곡물 수입항 또는 컨테이너항으로, 그리고 새만금에 온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테마파크 등과 같은 시설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공학과 교수는 성공적인 새만금 사업을 위해 선결과제로 수질 문제를 꼽았다.

오 교수는 “새만금에 대한 현황과 피해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앞으로의 방향을 그릴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현 방식대로라면 수질문제로 사업 완공 전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만금 내부의 수질 목표는 3~4 등급이지만 현재 일부 해수유통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5~6등급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새만금 호수가 썩어 들어갈 경우 결국 모든 투자는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새만금호를 담수호로 조성하려는 이유는 농업용수 확보 때문인데 사업이 변경되면서 사실상 14.5%의 농업용수만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담수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필요하지 않은 새만금호를 만들려다 수질이 오염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새만금 농업용지 일부에 저수지를 만들어 농업용수를 공급하면 새만금 호수 전체의 담수화는 필요 없다”며 “무엇보다 새만금의 부분 해수 유통(조력발전, 조류발전, 배수갑문 추가 설치 등)을 통해 수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만금, 생명 존중 생태도시로

양기해 SEGI 엔지니어링 회장(국제태양광협회 한국지회장공학박사)은 “새만금 내부 개발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수상태양광 발전시설단지와 수변도시개발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시금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인자로 안정성과 정화, 디자인 기능 등이라고 설명했다.

양 회장은 “일부 학자들이 수자원공사의 청정 1급수에 설치된 소규모 용량의 수상 태양광시설의 생태조사를 근거로 (수상태양광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하나 그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새만금에 세계 최대 규모인 300MW급 수상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반드시 수질 정화기능이 구비된 정화일체형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단순 시설이 아닌 디자인이 함께 가미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회장은 특히 내부수변도시의 경우 생명 존중 생태도시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할 때 유럽 대표단이 생태계를 파괴한 새만금은 가지 않겠다고 한 일화가 있다”고 들며 “새만금은 매립을 통해 수많은 생명체를 죽인 곳인 만큼 생명 존중 생태 도시로 건설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부유도시와 부유공원을 건설해 다양성이 확보되는 세계유일의 생명의 도시로 태어나야 한다”면서 “결국 새만금을 지금의 시점에서 생각해서는 안되고 미래를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세계가 주목할 수 있는 스토리 담아야

홍승광 테마파크 전문가는 “새만금은 새롭게 태어난 땅이고,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농생명 부지 및 서해바다와 연결되는 해양관광산업, 레저관광부지 그리고 미래 융복합 첨단 산업단지까지 들어서는 미래형 도시가 만들어지는 대역사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만금이 세계적인 스마트 첨단 문화도시로서 세계의 중심 연계도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부용지 개발 및 기반시설 조성과 함께 새만금을 대표하는 문화중심 기능을 갖는 마중물 사업을 이제라도 적극 개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만금을 아시아 판타지 스토리의 메카로 조성해야 한다”면서 “아시아 판타지 테마파크는 아시아에 공통적인 ‘사후세계관’과 현대적 기술이 융합된 첨단 스마트 테마파크로 확장해서 기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만금을 적극 알릴 수 있는 스토리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드라마 제작자 박인택 (주)호미로 대표는 “새만금이 아시아의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금맥을 찾아내야 한다”면서 “새만금에서 드라마, K-POP, 영화, 뮤직비디오, 먹방, 예능을 찍게 해 국민들의 관심을 받는 곳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새만금을 띄울 만한 커다란 애드벌룬 사업이 필요하다”며 “신재생에너지, 태양광, 풍력단지, 농생명단지, 전기차단지 등의 미래 산업들은 다른 지역에서도 연구하고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오래도록 글로벌 축제 이벤트를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 공간, 경험을 확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새만금 월드 시푸드 페스티벌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또 “새만금과 주변 도시에 스토리가 될 만한 역사적 인물들도 많이 있다”며 “현재 새만금 지역 인물과 새만금·전북 지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촬영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상근 카이스트 교수 역시 미래를 내다보고 새만금 관광을 설계하고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새만금에 어떤 시설이 들어오는 것도 분명 중요하다”며 “그러나 새만금의 전체적인 밑그림에는 사람들이 힐링과 휴양, 인간적인 삶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자본·기업 유치 발판 다져야

이재영 ㈜전북RE100 대표이사는 “새만금을 RE100 특구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RE100은 전세계 주요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력양의 100%를 친환경적 재생 가능 에너지로 바꾸기 위한 자발적 캠페인으로 156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외국 IT기업 및 여러 유수 기업들의 경우 자신들의 대외 이미지 및 경쟁력 강화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큰 뜻 아래 RE100을 실천하고 있으나 국내의 경우 특수성으로 인해 (RE100 참여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북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3020 재생에너지 정책과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을 통해 새만금에 4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상태”라며 “전북도의 RE100 선언은 전북과 우리나라 기업, 그리고 재생에너지 정책에 있어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전북은 현재 대규모 산업단지나 공단이 없기 때문에 전기 수요가 그리 높지 않을뿐더러 피크타임 전력이 1.5~2 GW에 불과하다”면서 “새만금에서 생산(예정)된 전기의 대부분은 외부로 송전돼 소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 생산과 판매에 따른 세수 만해도 상당액에 이르겠지만 전북이 앞장서 RE100을 선언하고 새만금을 RE100 특구로 지정할 경우 국내 RE100인증이 필요한 기업들을 새만금으로 끌어 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자본과 세계적 기업을 새만금으로 유치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석범 국제금융전문가는 “국제자본과 세계적 기업은 수익성만 있으면 어디든지 가게 돼 있다”며 “반대로 불안한 곳에는 돈이 절대 가지 않는다. 새만금의 전략은 이런 기본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자본의 경우 유치하고자하는 적극적 마인드(세계인으로서의 오픈 마인드)와 인프라(법치주의 세제 및 투자인센티브)를 갖출 때 찾아오게 돼 있다”면서 “외자본 유치를 통해 금융센터로 거듭난 싱가포르 등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문가는 “2050년의 새만금에 대한 동아시아 허브로서 문명사적 비전을 가지고 금융의 랜드마크를 세우는 한편 이를 중심으로 한 ‘허브-스포크’ 전략을 수행해 국제자본이 모이기 좋은 환경 만들어 나갈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