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박인희와 은희

엘피판, 눅눅한 곰팡내가 싫지 않네요. 아련한 옛 생각에 젖어 봅니다. 먼지를 털고 턴테이블에 얹습니다. 그래요, 흘러간 노래는 역시 엘피가 제격이지요. 빙글빙글 돌아가는 디스크에 조심스럽게 바늘을 겁니다.

대중가요라 불리는 유행가는 시대의 거울이지요. 당대의 문화와 역사는 물론, 그 노래를 좋아하던 사람의 인생도 담고 있지요. 제 처지와 닮은 가사를 외우듯 따라 부르던 이의 소설 같은 사연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겁니다, ‘3분 드라마’라고도 하지요.

흑백 사진 속 그날, 나는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 무슨 이야기로 끝이 없었던 걸까요? 꽃반지 낀 손을 잡고 누구와 오솔길에 다정했던 걸까요? 그 이야기 속 그대 곁으로 한 발짝 다가섭니다.

클래식 음악이 그 시대의 대중음악이었듯 아이돌 노래는 오늘의 유행가지요. 세월이 한참 흐른 뒤 비티에스의 ‘페이크 러브’를 그리워할 늙은 아이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지지직 지직 곰팡내 나는 그 시절 그 노래. 엘피판도 나도, 그땐 현재 진행형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