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안경 - 신남춘

저 멀리 서 있는 것을

이제는 잘 보질 못 한다

눈을 감고 뜨고 몇 번 해야

어렴풋이 보이는 형상

 

안경 탓이 아니야

살아온 인생이 어둑해졌어

이승의 굽이굽이가 험난했던 거야

내가 나에게 가물거릴 때

세상은 온통 뿌연 안개 속

 

본다는 것은

내가 그에게 다가간다는 뜻

안경을 바꾸듯

내 안의 망막을 바꿔 끼자

 

그리하여 멀리 있는 그대들이

내 이웃으로 다가와

코끝에 시큰하게 서리거나

맺혀 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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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망막을 갈아 끼우고 그대에게 다가간다는 말, 그대가 다가오면 코끝이 시큰해질 거라는 말, 참 좋다. 살아온 인생이 어둑해져 내가 나에게 가물거릴 때는 내 안의 망막을 닦아내야겠다.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고 새로운 마음으로 이웃을 대해야겠다. 매 순간이 감사로 여울지게 해야겠다. <김제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