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은 평야 지대가 많다 보니 높은 산이 없습니다.
최고로 높은 산이라고 해봤자 230m의 망해산, 그다음이 227m의 오성산입니다.
해수면과 접하다 보니 내륙으로 치면 500~600m는 되는 산인데요, 오늘 오르려는 오성산은 군산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진산이라 불리는 명산입니다.
오성산에 오른다고 하니 등산? 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상까지는 아스팔트로 잘 포장된 도로가 이어졌기에 승용차로 편하게 오를 수 있습니다. 물론 등산 코스도 있습니다.
오르는 길 또한 드라이브하기에 딱 좋은 코스인데요, 전나무 숲길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공기는 말로만 듣던 피톤치드입니다. 미세먼지가 나쁨으로 표시된 날이지만, 여기서만큼은 창문을 열고 달려도 좋습니다.
오성산 드라이브 코스는 두 곳에서 오를 수 있는데요, 하나는 금강철새조망대 쪽에서 구불1길인 비단강 길을 따라 오를 수 있고, 또 한 곳은 군장대학교 쪽에서 오를 수 있습니다.
군장대학교 입구에서 오성산 정상까지는 약 2km로 자동차로는 5분이면 오를 수 있지만, 걸어간다면 40분 정도 소요되는데요, 자전거 동호인들도 즐겨 찾는 길로 길이 좁고 구비 진 길이 많아 교행 시 주의가 필요하며 경적은 금물입니다.
5분 정도 걸려 오성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다 보니 정상은 모처럼 한가합니다.
이곳에는 전망대와 기상대가 있으며 패러글라이딩 활강장과 운동기구가 있어 평상시에도 많은 군산시민이 찾는 곳인데요, 백제인의 우국충절의 기상을 돋보인 오성인의 묘가 있어 해마다 9월이면 오성문화제전이 열리는 곳이죠.
백제인의 우국충절의 표상
오성인의 묘
오성인의 묘까지 올라가는 계단 등 전체적으로 새롭게 단장하는 공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좌우로는 배롱나무가 심어져 있어 꽃이 필 무렵이면 환상적인 계단이 되는데요, 군산시에서 얼마나 오성인의 묘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오성산은 군산의 진산으로 군산 시민들의 정신적 지주인 명산입니다.
바로 여기에 묻힌 백제 오성인의 호국 정신을 이어받았기 때문인데요, 영조 33년인 1757년부터 1765년까지 각 읍에서 편찬한 읍지를 모은 전국 읍지인 '여지도서輿地圖書'의 임피현 고적조 기록을 보면, "백제 말기 부여로 쳐들어가는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오성산에 이르러 안개로 길을 잃고 헤맬 때 마침 장기를 두고 있는 다섯 노인을 만나 백제의 수도 사비로 가는 길을 묻자 다섯 노인이 '백제를 치러 온 적군에게 길을 가르쳐 줄 수 없다'고 항거했는데, 이에 격분한 소정방이 검을 빼 목을 잘랐다"고 합니다.
후에 소정방이 이들의 충절을 가상히 여겨 오성산 위에 그들을 다섯 노인을 묻고 극진히 장사를 지냈다고 하는데요, 오성인의 묘는 백제인의 충절을 표상하고 있으며 군산문화원에 오성문화제전위원회를 두고 해마다 오성문화제전을 개최해 오성인의 넋을 위로하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도 오성문화제전은 오성산에서 열리는데요, 봉제 선언, 헌공다례, 초헌·아헌·종헌례, 독축, 헌시 낭송, 헌화, 오성인의 혼풀이로 오성대제례가 열리고 이어 개막식과 문화행사로 이어집니다.
금강과 군산항을 보는
뷰로 딱이야!
오성산의 또 다른 명물은 패러글라이딩 활강장입니다.
날이 좋은 날에는 이곳에서 창공을 나는 패러글라이딩의 물결을 자주 만날 수 있는데요, 오늘은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날로 패러글라이딩 활강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습니다.
하지만, 군산 앞바다까지 막힘없이 펼쳐진 장면을 보니 가슴이 탁 트이는데요, 언젠가는 꼭 이곳에서 군산의 하늘을 날아보고 싶습니다.
전망대에서 군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봅니다.
철새조망대와 금강생태공원을 끼고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봅니다.
군산항까지 막힘없는 조망이 시원합니다.
역광에다 미세먼지도 있어 깨끗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 뷰만으로도 힐링이 됩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해넘이까지 보면 딱 좋겠는데요, 차가운 강풍으로 두텁지 못하게 차려입은 옷을 원망해 봅니다.
금강 너머는 충남 서천군 장항입니다.
야트막한 구릉 사이로 산보다 두 배는 더 높은 굴뚝이 보이는데요, LG산전 장항공장입니다. 옛날에는 우리나라 비철금속제련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장항제련소로 굴뚝산업의 메카였습니다.
철새조망대도 가까이에서 봅니다.
군산에 올 때마다 들러보지만, 조류독감으로 들르지 못한 곳입니다.
철새의 군무의 기하학적 무늬를 꼭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오성산은 군산 구불길 1코스인 비단강 길이 지나는 곳입니다.
금강이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펼쳐가는 길로 채만식 문학관, 금강철새조망대, 금강호관광지, 오성산, 나포십자들로 이어지면서 군산의 전설과 역사, 자연과 생태를 모두 만날 수 있는 길입니다.
총거리 17.2km에 대략 6시간 정도 걸리는데요, 점심을 먹고 군데군데 살피다 보면 하루는 온전히 잡고 출발해야 합니다.
날 좋은 날 바람결에 묻혀 금강 따라 비단강 길을 걸어보는 것도 군산을 아름답게 만나는 방법이 될 것인데요, 금강을 오성산에서 바라보는 것도 군산 여행의 백미인 것 같습니다.
/글·사진 = 심인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