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공원과 지역 브랜드

사람들은 은연중 가격이 비쌀수록 명품으로 인정하면서 더 많이 구매한다. 경제학적 용어로 소위‘베블렌 효과’가 있는 것이다. 멀리 갈 것 없이 골프나 등산하는 사람들 복장을 보면 너나없이 자신의 경제적 수준보다 턱 없이 비싼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은 세계 5위의 명품시장이기에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 위주로 매출 증가세가 이어졌다.

차량, 의복, 각종 엑세서리에 대해 유독 브랜드를 찾는 이들이 많은 것을 보면 반만년 동안 못 먹고, 못 입었던 우리 민족의 아픔이 좀 애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브랜드의 선호도는 삶의 공간, 그중에서도 주거 공간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교육, 문화, 의료 등 모든 혜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흔히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한다. 지역의 가치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각인돼 있는지를 한마디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분당 사는 사람은 절대 성남 산다고 하지 않는다. 엄연히 성남시 분당구에 살지만 심리적으로 좀 차별화를 하고 싶다는 잠재적 욕구가 담겨있다. 분당 중에서도 판교 사는 이들은 “분당 산다고 하지 않고 판교 산다”고 말하는 세상이다.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심리가 거주하는 곳에도 깊게 꽈리를 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면 지역사회는 브랜드를 어떻게 높일까. 일자리와 교육은 말할 것도 없으나, 사소해 보이지만 급한게 있다. 요즘 도내에서 가장 각광받는 산책코스 중 하나가 금산사 아래쪽에 있는 금평저수지 둘레길 이다. 휴일같은 경우 넓은 금평저수지를 둘러보며 산책하는 이들로 붐빈다. 광교, 일산, 동탄, 세종 등은 기가막한 호수공원으로 성가를 높이고 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게 잘 갖춰져 있지만 호수공원 하나만 해도 수려하다. 그런데 우리도 이런게 없는게 아니다. 만경 능제, 덕진공원 호수, 은파 유원지, 아중 저수지, 혁신도시 기지제 등 도내에 산재한 호수나 저수지를 잘 가꿔서 도민들의 멋진 생활공간으로 가꿔야 한다. 다리 하나 놓고 대충 둘레길 하나 만들면 되는게 아니다. 요즘엔 좀 뜸하지만 한동안 ‘3초백’ ‘5초백’이란 유행어가 있었다. 루이비통, 구찌 같은 명품을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3초, 5초마다 만난다는 의미다. 전북이 자랑스럽게 여겼던 음식이나 소리, 한옥마을을 비롯한 각종 전통과 문화가 언제부터인가 타 지역에 비해 크게 나은것 같지도 않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들이 다하는 행사나 경쟁력이 뒤떨어진 업종을 유치하는데 헛심쓰는 경우도 없지않아 보인다. 무턱대고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기 보다 값싸지만 독특한 이미지를 강조하는게 각광받는 현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