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석보(萬石洑) 쉼터에 올라…

김철흥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

정읍천과 동진강 합류지점에서 하류로 1㎞쯤 가다보면 동학농민혁명의 발단이 된 만석보터가 눈에 들어온다. 지금도 동학농민혁명을 기억하려는 많은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만석보는 고부군수 조병갑이 1892년 농민들을 강제로 동원해 쌓았다. 상류에 이미 보가 있었음에도 조병갑은 농민들을 수탈하기 위해 만석보를 설치했다. 강제로 동원한 주민들에게 임금도 주지 않았고, 완성된 뒤에는 과중한 수세(水稅)를 거둬 착복했다. 견디다 못한 농민들은 전봉준을 앞세워 봉기했고, 착취와 횡포의 상징인 만석보를 부숴버렸다. 동학농민혁명의 시작이었다. 만석보 주변에는 백산성과 황토현 등 또 다른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도 자리 잡고 있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이들 유적지 인근 동진강변에 동학농민혁명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인 만석보 쉼터의 조성을 완료하고 오는 8일 개장한다. 만석보 쉼터는 동진강과 정읍천이 합류하는 두물머리에 언덕을 쌓아 조성했다. 새만금 지역의 수질을 개선하고 생태, 문화, 관광을 어우르는 친수형 하천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동진강 하천환경정비사업에서 나오는 사토를 활용했다. 조성 과정에서 자치단체와 협의도 진행했다.

만석보 쉼터 정상에 오르면 만석보터는 물론 백산성, 황토현 등의 유적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인근 동진강 고수부지에는 파크골프장이 들어선다. 정읍시와 협의해 쉼터, 산책로, 체육시설 등 친수시설도 추가로 설치한다. 내장산 입구에서부터 정읍천과 동진강을 거쳐 새만금에 이르는 86.1㎞ 자전거도로의 완공도 임박했다. 만석보 쉼터와 주변 강변이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명소로 떠오를 날이 머지않았다.

최근 정부는 5월11일을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로 제정했다. 5월11일은 1894년 황토현 일대에서 벌인 최초의 전투에서 동학농민군이 관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날이다.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첫 해인 금년 5월11일에는 정부차원의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이 개최될 예정이다. 또한 동학농민혁명의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하는 다양한 행사도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만경강변 만석보유적비 건너편에는 양성우 시인의 만석보 시비가 있다. 시인은 시의 첫 머리에 당시의 상황과 아픔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들리는가, 친구여/ 갑오년 흰 눈 쌓인 고부들판에/ 성난 아비들의 두런거리는 소리/ 만석보 허무는 소리가/ 들리는가, 그대 지금도/ 그 새벽 동진강머리 짙은 안개 속에/ 푸른 죽창 불끈 쥐고 횃불 흔들며/ 아비들은 몰려갔다./ 굽은 논둑길로.”

첫 번째 국가기념일인 오는 11일에 발맞춰 동학농민혁명을 기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공간이 탄생한다. 만석보 쉼터가 그 주인공이다. 지역주민들은 쉼터 전망대에 올라 1894년 당시 농민들의 외침을 들을 것이고, 그들을 기억할 것이다. 관광객들은 동학농민혁명의 의미를 가슴에 새기게 될 것이다.

만석보 쉼터는 지역 주민들의 휴식공간이 될 것이고, 만남과 교류의 장소가 될 것이다. 또한, 동학농민혁명을 기억하는 새로운 공간으로도 사랑 받게 될 것이다.

금년 5월 많은 국민들이 만석보 쉼터를 찾기를 바란다. 그리고 만석보 쉼터가 동학농민혁명의 가치와 의미를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김철흥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