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담수호 조성 실패 인정하고 계획 수정해야 한다”, 지난 4월 22일 전북의 23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새만금 해수유통을 요구했다. 세계 최장의 길이의 방조제이기에 그에 따른 환경 파괴도 재앙 수준이라는 것이 이들의 이야기다.
전북녹색연합 등 23개 시민사회단체들은 ‘2020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을 출범하고 그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새만금호 수질에 대해 언급했다. 이들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목표 수질 달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새만금호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대안을 찾기 위해 결성했다고 밝혔다.
새만금은 오는 2020년 수질 평가를 앞두고 있다. 10년 가까운 계측을 통해 목표 수질이었던 3등급과 4등급을 달성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기다. 그동안의 새만금 수질 목표 달성에 대한 평가와 함께 앞으로 새만금호의 수질 대책 등을 확정하게 된다. 현재 상당수의 지역이 약 5~6등급으로 수질이 나쁜 상태다.
◆ 새만금 목표 수질 달성에 남은 시간은 8개월
이제 불과 8개월 남은 시점에서 과연 이 목표 수질은 달성할 수 있을까? 단체들이 내놓은 증거들은 ‘불가능’이라는 답을 하게 만든다.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 자발적으로 새만금 지역의 생태 변화를 조사한 시민모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불가능의 증거로 새만금호 밑바닥의 퇴적물을 공개했다. “새만금호의 바닥층이 악취를 풍기며 시커멓게 썩고 있어 수질 목표 달성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이들은 말했다. 이날 공개한 퇴적물은 지난 4월 21일 선상 조사를 통해 채취한 것이다.
조사단은 만경강 주변 등 4곳에서 깊이 별로 물의 염분과 용존산소 농도를 조사하고 바닥에 쌓인 퇴적물을 채취했다. 조사 당시에는 수문이 개방되어 해수가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수문이 가까운 방조제 쪽은 물 교환이 많이 되어 깊이 5미터의 바닥층의 용존산소는 4.89mg/l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수문과 떨어진 군산 하제와 신시도 갑문 사이 지점의 경우, 9미터 아래 바닥층은 2.35mg/l로 산소 농도가 희박한 상태로 나타났다.
용존산소는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를 말하며 맑은 하천의 경우 1리터 당 7~10mg을 유지한다. 물고기들은 용존 산소가 1리터당 4~5mg 이하가 되면 생존할 수 없다. 조사단은 매년 진행한 수질 조사를 통해 겨울철에는 산수가 바닥층까지 내려가 수질이 일부 개선되고 날이 더워지는 5월께부터 성층 현상이 심각해지는 등 수질이 나빠지는 패턴을 확인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 현상이 4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은 “평소 같으면 숭어나 전어가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면서 “수문과 먼 곳일수록 간장빛의 물이 선명한 것으로 보아 수질상태가 몹시 나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새만금 수질 개선에 쓰인 돈은 약 4조원. 그러나 새만금호의 생명을 불어넣기에는 이 막대한 예산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오 단장은 “수심 4미터 아래부터는 용존산소량이 매우 희박해 미생물도 살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라면서 “물밑부터 썩어가는 새만금호가 목표 수질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군산대 환경공학과 김종규 교수도 이와 비슷한 입장을 조사단에 보내왔다. 김 교수는 “그동안의 수질조사와 연구 용역을 살펴보면 새만금호 수질 악화의 원인을 상류 오염원의 영향으로만 평가하고 있으며, 주요 오염 물질로 유기물질과 영양염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면서 “수질악화 원인인 내부의 순환 구조나 성층 시스템의 원인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수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용존산소에 대한 언급도 거의 하고 있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또한 “2017~2018년 가력갑문 표층 용존산소 연속 관측 자료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일 평균 용존산소 4ppm 이하인 일수가 32일, 2ppm 이하인 일수가 4일로 나타났는데 표층이 이 정도라면 하층은 더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물속에 생물이 살기 위해서는 산소 농도가 가장 중요한데, 용존산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새만금호 수질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소리 잃었던 해수유통 목소리, 이제 소리를 찾아줘야 할 때”
정부는 1991년 ‘새만금지구 간척종합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협의를 통해 2001년까지 수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이 계획이 실패하고 2001년 ‘새만금호 수질 보전 대책’을 발표하면서 2011년까지 목표 수질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정부가 2011년 ‘새만금 유역 2단계 수질 개선 대책’을 발표하면서 실패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2단계 수질 개선 대책은 오는 2020년까지 목표 수질을 달성하고 담수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에는 중간평가를 통해 2020년까지 목표 수질 달성이 가능하다고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단체와 전문가들은 이 예측이 틀릴 가능성이 현재 매우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2020년까지 목표 수질을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면 모두 4번의 예측이 빗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유치환 시인의 시 <깃발> 의 첫 구절을 읊조릴 때마다 새만금이 묘하게 떠오른다. 새만금 방조제가 아직 건설 중이던 시기 어민들의 해상 투쟁, 종교인들의 삼보일배, 수많은 환경 활동가와 지킴이들이 부안과 군산, 김제 등에서 벌인 행동들... 갯벌을 지키기 위해, 새만금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벌였던 이 모든 활동들은 20년이 지난 현재는 빛바랜 앨범 속 사진처럼 기억 속에만 묻혀 있다. 깃발>
그리고 새만금 해수유통을 원하는 목소리는 거대 개발과 새만금의 장밋빛 청사진 앞에서 소리를 잃었다. 2006년 새만금 끝물막이 공사가 완료되고 새만금 내역의 생태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갯벌 생명들은 주검으로 자신의 몸을 드러냈고 어민들의 어업은 점차 자리를 잃고 있다.
세계 최장의 방조제, 한국의 두바이, 전북의 희망 등 여러 비전이 발표되었지만 정작 새만금 수질에 대해서는 정치인들도 침묵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차 해수유통을 요구하는 이들의 아우성에 소리를 찾아 줄 때가 아닐까 싶다. 남은 8개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문주현 자유기고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