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서수면이 지명 변경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 이 과정에서 주민 간의 갈등과 충돌이 발생, 결과는 없고 상처만 남았다.
군산시와 서수면에 따르면 서수면 명칭변경추진위원회(이하 명칭변경추진위)가 지난 4일 지명 변경 여부를 놓고 주민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현 지명을 유지하기로 결정됐다
서수라는 지명은 일본인 농장주가 지은 이름으로 일제의 수탈 역사를 담고 있는 만큼 그 동안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고,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이에 대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지금이라도 지명을 바로잡아 지역 정체성 및 면민의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명칭변경추진위는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지명 변경에 대한 찬반 의견과 선호하는 이름에 관한 세대별 여론조사를 진행했으며 주민 79%가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서수면을 대신할 새로운 이름으로는 ‘항쟁면’과 ‘용천면’이 제시됐다. 이는 마을에 용과 관련된 전설이 있고, 농민 항일항쟁이 발생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새 지명은 주민투표에서 과반수 참여와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변경이 가능하다.
지명 변경 주민 투표에서 전체 면민 2516명 중 1531명(60.8%)이 참여한 가운데 △항쟁면(890명·58.1%) △용천면(193명·12.6%) △반대(428명·27.9%) △무효(20명· 1.4%) 등의 결과가 나왔다.
일본인이 지은 ‘서수’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의견은 많았지만 ‘항쟁면’과 ‘용천면’ 등이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결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최종 무산됐다. 이에 따라 지난 1914년부터 이어져 온 서수면이라는 명칭이 앞으로도 계속 사용될 예정이다.
특히 선거 개표과정에서 무효표 인정 여부를 놓고 찬성과 반대 측이 의견 충돌과 함께 몸싸움을 벌여 경찰까지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 의미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 서수면 지명 변경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 및 그에 따른 여진으로 마을 분위기만 흉흉해지는 모양새다.
서수면 한 관계자는 “지명 변경에 대한 결과도 결과지만 이번 일로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은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마을에 큰 분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