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동 생강

농산물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 힘들다. 어떤 작물로 큰 수익을 올렸다고 하면 그 작물 재배가 크게 늘어 곧바로 가격 폭락으로 이어진다. 공산품이야 과잉 생산이 되면 저장이라도 가능하지만 신선도가 생명인 농산물의 경우 저장도 여의치 않다. 정부가 농가들을 대상으로 재배의향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특정 작물의 과잉 생산과 가격 폭락사태는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

지역의 농특산물 역시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하기 힘든 시대다. 지역별 기후나 토양 등 재배 환경에 큰 차이가 없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는 작목일수록 지역의 브랜드 지키기는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반면 오랫동안 독점적 지위와 명성을 갖고서도 명맥 잇기에 급급한 지역 농특산물도 있다. 다른 작물에 비해 소득이 떨어지고, 고된 노동력 때문이다. 농촌 자원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개발논리에 의해 사라지거나 훼손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지난 2012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도를 도입했다. 전남 완도의 청산도 구들장논과 제주 돌담밭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한 해 2~3개씩 모두 12곳이 지정됐다.

전북에서는 2017년도 부안의 유유동 양잠농업이 유일하게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상태다. 유유동 양잠농업은 조선시대부터 부안의 토산품으로 명성을 자랑했으며, 누에생육에 중요한 온도·통풍관리 등 독특한 전통잠실이 마을에 보전되고 있는 점 등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또 뽕나무 재배에서 누에 사육까지의 일괄시스템이 전승되고 있으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집단화된 지역으로 양잠농업에 대한 주민들의 노력도 평가받았다.

부안 양잠에 이어 봉동 생강이 국가중요농업유산에 도전한단다. 봉동은 국내 최초의 생각 시배지이며,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씨종자 보관을 위한‘생강굴’등 전통농법이 건재한 점이 무엇보다 큰 강점이다. 매년 생강을 테마로 여는 축제가 말해주듯 봉동 생강에 대한 지역민들의 자긍심도 높다. 그럼에도 국내 생강의 최대 생산지 자리를 충남 서산에 넘겨준 지 오래다. 중국산 수입으로 생강 농업의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받아서라도 봉동 생강의 옛 영화가 재현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