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닐 재활용 지원금 눈먼 돈 되서야

폐비닐을 재활용한 것처럼 속여 부정하게 지원금을 타낸 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전주지방검찰청은 최근 3년 동안 폐비닐 4만여 톤을 회수해서 재활용했다고 허위 서류를 꾸며 86억원의 지원금을 타낸 폐비닐 회수·선별업체와 재활용업체 대표 10명과, 업체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지원금을 타낸 정황을 알고도 허위 현장조사서를 작성한 감독기관 직원 3명을 각각 특경법상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의 범행 규모와 수법, 감독기관 관계자까지 가담한 비리에 기가 찰 노릇이다. A폐비닐 회수·선별업체 대표는 폐비닐 2만7600t을 재활용업체에 인계하지 않았는데도 허위계량 확인서로 22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B재활용업체 대표는 회수·선별업체들로부터 폐비닐을 인계받지 않았음에도 1만 2725t 규모의 재생원료 등을 생산한 것처럼 신고해 지원금 21억원을 챙겼다. 범죄에 연루된 10개 업체가 비슷한 수법으로 3년간 꾸며낸 폐비닐 처리량은 4만 2400t으로, 우리 국민이 2년6개월간 먹고 남긴 라면 봉지 90억개 분량에 이르는 규모란다.

이들의 범행이 오랫동안 드러나지 않은 것은 회수·선별과 재활용업체간 매입·매출 실적을 일치시키는 치밀하고 교묘한 수법이 동원되면서다. 폐비닐 처리 지원금은 회수·재활용·제조업체간 폐비닐 매입·매출 실적이 일치해야 지원금이 지급되는 규정에 맞게 월별로 물량을 서로 맞춰 신고한 것이다. 감독기관 직원들의 묵인 또한 범행을 키웠다. 업체의 지원금 편취 증거를 확인하고도 현장조사에서 눈을 감은 것이다.

폐비닐 처리 지원금은‘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EPR)를 통해 마련된다. 재활용을 높이는 차원에서 최초 상품 생산자가 분담금을 내고, 재활용 업체에게 실적에 따라 돈이 배분되는 형태다. 직접적인 세금은 아니지만, 상품 가격에 포함되기 때문에 사실상 소비자가 부담하는 돈이다. 더욱이 재활용 업체라는 허울을 쓰고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만든 제도를 농락했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

한두 개도 아닌 여러 업체들이 오랫동안 불법을 저지르는 데는 제도적 허점과 감독기관의 소홀 탓도 크다. 뒤늦게나마 검찰과 환경부의 공조로 재활용 지원금 비리를 밝혀냄으로써 허점을 찾아낸 것은 다행이다. 적발된 업체 외에 더 많은 범행과 비리가 있는지 철저한 조사와 함께 허위 신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