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과학의 발달로 뇌와 기계가 결합된 인간이 태어난다. 돈 있는 사람들은 신체의 장기를 업그레이드해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산다. 신체의 일부가 로봇제품으로 대체되고 인간의 영혼을 구제한다던 종교도 사라지고 사람들이 신봉하는 것은 오직 과학기술뿐이다. 우리나라 국회미래연구원의 미래예측 보고서에서 2050년경에는 향후 인간 수명이 150세까지 연장되고 뇌의 핵심기능인 인지와 기억 등을 데이터화하는 기술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이 같은 추세는 세계적일 것이며, 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위원은 “개인의 뇌에 저장된 정보를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게 된다면 정신작용이라고 믿어 왔던 뇌를 신체에서 분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3년 미국 정부는 45억 달러를 투자해 뇌의 신경회로망을 분석해 데이터화하는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뉴럴 링크(Neural Link) 기업은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하는 ‘뉴럴 레이스(Neural Lace)’를 연구 중이며, 이는 뇌에 칩을 심어 컴퓨터와 연동하는 이른바 ‘뇌 임플란트’의 기술이다. 우리나라 국회미래연구원에서도 2050년엔 영화 ‘아바타’처럼 인간의 생각만으로 로봇을 조종하는 뇌-컴퓨터 접속(BMI) 기술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미국 피츠버그대 앤드루 슈워츠 신경생물학과 교수는 2012년에 각각 원숭이와 인간의 뇌에 조그만 칩을 넣어 로봇 팔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 인간 수명의 연장과 트랜스 휴면의 등장으로 가족제도가 변화하고, 복제인간 등의 출현으로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새로운 가족 형태가 나올 것이며, 유전자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개념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11월 중국에서도 세계 최초 배아상태에서 유전자를 편집한 맞춤형 아기가 태어났다고 한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로 부모가 원하는 유전자만 가진 아이를 만들 수 있고, 생식을 위한 여성의 출산이 사라지고 인공 자궁을 통한 생식이 상용화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면면 등을 볼 때 한국 사회는 어떻게 해야 디스토피아를 피할 수 있을까. 국회미래연구원은 인간 중심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체와 구성을 제시했다. 합의체에서는 앞으로 인간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생식과 성교를 분리해 공장식 출산을 허용할 것인지, 인간 유전자 실험을 해도 되는지 등의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허종호 연구위원은 “기술의 발전 속도는 나라와 관계없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미래에 나타날 문제들을 미리 고민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한국이 앞서서라도 과학기술이 인간 행복을 높이는 용도로만 쓸 수 있도록 제도적인 담론의 장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처럼 새로운 기술 발전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기대와 걱정을 함께 한다. 솔직히 말하면 걱정이 더 앞선다.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대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준비도 제대로 안된 채 맞을 충격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하늘을 숭배하고 자연을 찬양하며 노래했던 백치미(bimbo)의 옛 세상이 그리워진다.
/류희옥 (사)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