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샷 찍기 좋은 국립전주박물관 만들기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

국립전주박물관은 현재 변신 중이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러 오는 곳이었지만, 여기에 더해 맛있는 것을 먹으러, 재미있는 것을 즐기고 쉬고 위로받고 놀러오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 박물관 입구에 전주에서 가장 큰 글자로 “국립전주박물관”이란 문패를 달았고, 밤에는 조명을 비추어 한층 더 멋스러워졌다. 이처럼 어수선한 박물관 입구를 국립전주박물관 격에 맞는 대문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박물관 앞에 교통표시판을 설치하고 도로노면에 방향표시도 했다. 그러나 도로 표지판이 바뀌면 관람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는 있어도, 많이 오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국립전주박물관이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는 단순히 접근성을 용이하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각종 온라인 포털 검색창에 ‘전주여행’, ‘전주명소’를 치면 국립전주박물관이 나오지 않는다. 국립전주박물관의 가장 큰 적은 관람객으로부터 ‘무관심’이다. 국립전주박물관 만의 새로운 이슈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관람객의 인식 속에 강력하게 자리 잡히도록 ‘전주시민도 오게 하는 콘텐츠, 전주에 여행오는 사람들도 오게 하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무관심을 깨기 위해는 이제까지의 국립전주박물관과는 전혀 달라야 한다.

“전주 거기 갔어?”, “전주에 그거 봤어?”, “전주에 그거랑 찍었어?” 요즘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콘텐츠는 ‘사진찍기 좋은 곳’이다. 요즘 여행객들은 인증샷을 중시한다. 이제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진이 예쁘게 찍히는 명소가 사람을 모은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문화재, 전시, 큰 건물’ 등의 국립전주박물관 관념에서 나아가 앞으로의 국립전주박물관이 인증샷 건지기 좋은 곳, 셀카 잘 나오는 곳, 사진찍기 좋은 곳으로 변모하면 어떨까!

“누구나 한번씩은 부처가 되어보라고 부처님들은 자기의 목을 잘랐구나”로 끝은 맺는 정호승 시인의 ‘소년부처’라는 시를 유물 설명문으로 삼고 목없는 부처님과 사진 찍으면 누구나 부처님 될 수 있는 장소도 만들었다. 이것을 기점으로 정문 국립전주박물관 문패와 함께 단순한 박물관의 사인물이 아닌 랜드마크 같은 선비 캐릭터를 개발하여 세우고 싶다. 선비 캐릭터는 국립전주박물관의 상징이자 랜드마크 되고, 사진찍기 좋은 명소로 만들어 주지 않을까. 또한 집모양 가야토기의 꼭대기에 고양이처럼 어린이박물관 옥상에 세상에서 가장 큰 고양이를 그리고, 박물관 곳곳에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앞으로 만들 것이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이제 막 이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여름에 소나무 숲에 해먹을 설치하고 멍 때리고 쉬면서 위로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올 겨울에는 짚풀 놀이터를 만들려고 한다.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겨울에도 마음껏 박물관 야외에서 놀게 하고 싶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짚둥지 안에 들어가면 따뜻하다. 짚은 보온력이 뛰어나고 천연 자연재료다. 짚풀은 어린이놀이 재료로는 안성맞춤이다. 짚으로 둥지와 미로를 만들어 마음껏 뛰놀게 하고, 가끔식 동네 어르신들을 모셔와 새끼 꼬고, 멍석 만들고, 짚신 삼는 것을 보고 체득한다면 아이들은 책상머리 바보가 아닌 손재주 많고, 창발적인 존재로 성장해 가지 않을까! 일년 내내 제철보다는 철없이 나오는 과일과 야채를 먹고, 더위와 추위를 모르니 현대인들은 철이 없다. “철을 안다”,“ 철이 났다”, “철이 들었다”는 계절의 변화를 알고 씨 뿌리고 기르고 수확하는 성인이 되고, 또한 성숙한 농군이 됐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국립전주박물관에 자주 놀러 오셔서 인증샷도 건지고 철들 수 있는 많은 역사문화 콘텐츠를 즐기시길 바란다.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