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일부 학생들 “성추행 혐의 교수 강의 거부”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가해 교수·피해 강사 격리 미흡”
대학 측, 소극적 대처 지적에 “빠른 시일 내 징계 계획”

전북대 페미니스트 네트워크가 교내에 설치한 현수막.

전북대학교 일부 재학생들이 외국인 계약직 교수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인문대학 교수의 강의를 거부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가해 교수와 피해 교수간 격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도덕성을 저버린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후속 대처에 미온적인 학교와 교수를 비판하며, 현수막까지 설치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5일 전북대 인문대학 건물 앞에는 ‘우리에게는 가해 교수에게 수업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가해 교수는 왜 아직도 교단에 있는가?’라는 글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본관 앞에는 ‘대학본부는 학내 성폭력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가해자를 엄벌 징계하라!’고 쓰인 현수막이 보였다.

이들 현수막은 전북대 학생 20여 명으로 구성된 ‘전북대 페미니스트 네트워크’가 부착한 것이다.

이 단체는 “해당 교수의 성추행 사건이 학교 인권센터에 접수된 이후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격리 조치를 한다고 했지만 한 달 후에 이뤄졌고, 가해 교수가 여전히 강의를 계속하면서 피해 교수와 마주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북대 인문대학 재학생은 “성추행 혐의로 입건된 사람이 아무 일 없는 듯이 수업에 나와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단체로 건의하자는 말도 있었지만 전국적으로 학과 수가 많지 않고 인원도 적다보니 혹시라도 나중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쉬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 구성원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전북대가 폐쇄적이고 소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북대 페미니스트 네트워크는 “2018년 ‘전북대 미투’ 폭로가 이어졌을 때 학내 성폭력 사안 예방을 촉구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며 “대학본부 및 인권센터는 가해자를 엄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한편, 관련 인력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문을 온라인에 공개하고, 대학 인권센터에 제출했다.

전북대 우숭민 학생은 “지난해 ‘미투 운동’ 때부터 성폭력 사건이 자꾸 불거지고 있는 것을 보면 개인의 일탈을 떠나 학교의 조치도 안일했다고 본다”며 “국립거점대학이라는 명예에 걸맞지 않게 학교와 구성원들의 성인지 감수성은 떨어지는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대 관계자는 “교수 연구실을 옮기는 과정에서 분리가 지연되긴 했지만, 사건이 접수된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조사와 대처에 응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학기 초에는 범죄 혐의가 밝혀지지 않아 해당 교수의 강의를 제재할 수 없었다”면서 “이제는 수사개시가 통보됐고 사안의 심각성과 교내 분위기 등을 고려해 2학기가 시작되기 전, 빠른 시일 내에 학교 내부 조치(징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