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옴팡집

늦은 점심 탓일까요, 까무룩 낮잠이 들었습니다. 가다 서다 반복하며 복작거리는 도심을 빠져나왔습니다. 평화동을 지나자 평화롭습니다. 한적한 농로를 10분쯤 더 달려 ‘옴팡집’, 등만 보이는 녀석은 안 봐도 상열이네요. 이미 불콰한 용기 놈이 일장춘몽 ‘80년의 봄’을 곱씹습니다. 뽀글뽀글 주인아줌마, 꽃무늬 셔츠에 월남치마 차림입니다. “오랜만에 돼지비계로 목구멍 때 좀 벗겨라.” 양재기 가득 탁주를 부으며 상열이가 자꾸 권합니다. 삶은 달걀에 동태찌개, 병치 회에 찐 감자, ‘안주 일체’가 걸게 차려졌네요. 후래자삼배, 사양 않고 거푸 받아 마신 때문인지 훅 올라오네요. 장발이 가발 같은 용기 녀석의 눈동자가 꼭 명태 눈깔 같습니다. “나 화장실 좀…”, 급히 일어서는데 아내가 흔들어 깨웁니다. “안 자던 낮잠에 웬 잠꼬대?”

완주군 구이면 술 테마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타임머신 타고 30여 년 전으로 돌아갔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옴팡집’에서 대포 한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