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진 기자의 예술 관람기] 하이메 야욘 전시

하이메 야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아프리칸도, 유리, 2017.

“디자인이란 사용자의 감성을 건드리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

스페인 대표 디자이너 하이메 야욘의 전시 ‘하이메 야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Jaime Hayon: Serious Fun)’이 서울 대림미술관에서 11월 17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디자인, 가구, 회화, 조각, 스케치부터 특별 제작된 설치작품에 이르는 140여점의 다양한 작품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타임은 2014년 ‘가장 창의적인 아이콘’으로 하이메 야욘(1974~)을 선정한 바 있다. 하이메 야욘의 작품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오브제(소재)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우리가 잊고 있던 감성과 상상력을 일깨운다. 마치 마술사처럼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브제에 스토리를 덧입혀 뜻밖의 재미를 선사한다. 이번 전시에서 야욘은 이런 오브제들의 각각의 흥미로운 사연을 들려준다.

전시의 첫 공간 ‘크리스털 패션(Crystal Passion)’은 보석들이 열대 지방에 간 이유를 이야기한다. 장식용 화병 세트를 설치, 열대 과일의 생생함이 살아있게 표현했다. “네 안의 보석을 빛내봐.”라고 작품은 말하고 있다.

두 번째 공간 ‘아프리칸도 가족의 사연(Modern Circus & Tribe)’은 유리와 대리석의 조화를 시도했다. “내 이름은 사이다(Saidah). ‘행운’이란 뜻이지. 너도 한번 떠나보는 건 어때?”

세 번째는 ‘트라팔가르의 체스경기(Checkmate)’로 2009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작가가 디자인한 대형 체스게임 설치작품 ‘더 토너먼트’를 소개하는 공간이다. 야욘은 2m 높이의 체스 말 32점에 런던을 상징하는 역사적 건물, 돔, 타워 등을 그려 넣었다.

네 번째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꿈(Dream Catcher)’은 작가의 페인팅 작품 5점으로 작가의 꿈의 그림이자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판타지이다. “상상이 어떻게 현실이 되는 줄 아니? 바로, 꿈꿨기 때문이야.”

다섯 번째 ‘수상한 캐비닛(Cabinet of Wonders)’은 캐비닛 안에 70여점의 다양한 물건과 스케치북을 전시, “우리 삶은 네가 내 말을 들어줄 때 가치가 있다”고 전한다.

여섯 번째는 ‘가구가 반짝이는 푸른 밤(Furniture Galaxy)’은 유명 가구브랜드와 협업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작가의 개성과 스타일이 두드러진, 가구 디자이너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공간이다. 마지막 공간 ‘야욘의 그림자 극장(Hayon Shadow Theater)’은 대형 설치물들이 빛과 그림자를 통해 살아 움직이는 실루엣으로 거듭난다. 벽과 바닥에 비치는 그림자들은 “정말 자유롭고 싶다면 용기를 내서 자신을 드러내봐.”라고 외친다.

야욘의 작품들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재미와 유머가 넘쳐난다. 경쾌하고 유쾌하다. 끊임없이 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림으로써 영감을 얻는다는 야욘은 “주변의 사물에서 스토리를 이끌어 내면서 동시에 사물의 기능성과 미학적인 측면까지 극대화하려 노력한다.”고 자신의 작업철학에 대해 말한다.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에게 야욘은 ‘재미있게 살아봐. 삶은 유쾌한 거야.’라고 장난끼 가득한 미소와 함께 속삭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