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새로운 세상, 다문화사회

유근주 전북도 국제협력과장

하루는 스리랑카 출신 결혼이주여성이 함께 작업장에서 일하던 동료와 함께 택시를 탔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택시기사가 “만원입니다”라고 했는데, 그녀가 택시비로 건넨 돈은 단돈 1000원이었다. 9000원을 더 줘야한다며 황당해 하는 택시기사에게 그녀는 또박또박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다.

“아저씨가 통화 중에 연탄 2장 태웠다고 했잖아요. 연탄이 한 장에 500원이니까 1000원 맞잖아요!”

피부색이 까맣다고 해서 사람을 연탄에 비유한 이 이야기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지만 사실이다.

2018년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37만 명이며, 전북지역 외국인 주민 수도 꾸준히 늘어 5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는 결혼이민자와 산업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각각 1만 명을 훌쩍 넘어섰고, 유학생도 5000명을 넘긴지 오래다. 외국인 주민 자녀도 1만 1000명에 이른다.

그런데 늘어나는 외국인 주민 수만큼 우리의 다문화수용성도 높아졌을까?

지난 4월 여성가족부가 국민 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3년 마다 실시하는 이번 조사의 가장 큰 특징은 성인과 청소년의 다문화수용성 지수 격차가 더 커졌다는 점이다.

청소년의 다문화수용성은 71.22점인데 반해 성인은 52.81점이었다. 2015년과 비교했을 때 청소년의 다문화수용성은 상승했으나 성인은 오히려 낮아졌다. 특히 외국인과 적극적인 교류관계를 맺으려는 ‘교류행동의지’ 점수는 청소년이 가장 높았고, 성인은 가장 낮았다.

청소년의 다문화수용성 수준이 높은 것은 다문화학생과의 관계의 양과 질이 높아졌으며, 지속적인 다문화이해교육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도에서는 도민의 다문화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매년 5월 20일 ‘세계인의 날’을 기념하여 다문화주간에 ‘다문화어울림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매분기마다 다문화가족과 외국인 주민의 이야기를 담은 다문화잡지 ‘사람들’을 발간·배포하고, 어린이집과 학교, 지역아동센터로 찾아가는 ‘다문화이해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다문화 방송도 시작한다. 다문화 방송은 한국어로 진행되지만, 도내 외국인 주민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2개 국어 베트남어와 중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전라북도 소식과 다문화뉴스, 생활정보를 비롯해 외국인도 우리 이웃임을 보여 줄 수 있는 코너도 준비 중이다.

다문화 방송은 대다수의 도민이 일상적으로 다문화를 접하는 통로가 될 것이다. 외국인 주민에게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여 생활 편의성을 높이고, 일반 도민에게는 외국인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다문화 인식 개선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단일민족인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는 분명 변화다. 그 변화가 아직은 낯설고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가 급속하게 다문화사회로 이행하면서 다양한 생활 영역에서 외국인 주민과의 교류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지금껏 새로운 변화가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 왔듯, 다문화도 다양한 문화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다문화사회에서 외국인과 도민이 서로의 생각과 문화를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다문화감수성을 지닌 전라북도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유근주 전북도 국제협력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