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과 보편적 가치

김은정 선임기자

한국서원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눈앞에 와있다. 지난달 유네스코 자문 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가 ‘한국의 서원’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것을 권고한데 이어 오는 30일 유네스코의 최종 확정을 거치는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등재는 확실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한차례 등재를 추진했으나 원점으로 돌아간 뒤 다시 추진해 얻게 되는 결실이다.

세계유산은 ‘보존해야 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보편적 가치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언제나 존중되어야 할 가치, 이를테면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 등과 같은 불변하는 가치다. 한국의 서원 역시 이코모스로부터 ‘조선시대 사회 전반에 보편화되었던 성리학의 탁월한 증거이자 성리학의 지역적 전파에 이바지하는 등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한국의 서원이 등재된다는 소식에 중국의 일각에서 문제를 삼는 모양새다. 서원이 당초 중국 고대의 독특한 문화교육기구였었다는 점을 들어 중국으로부터 들여간 한국의 서원이 독립적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것을 마치 자신들의 문화재를 빼앗아간 것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변할 일은 없겠지만 유쾌한 일은 아니어서 우리의 서원이 지닌 보편적 가치를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서원의 역사를 들여다보자면 중국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 서원이 시작된 중국에서는 송나라 때에 이르러 꽃을 피웠지만 그 이후에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쇠퇴했다. 반면 한국의 서원은 조선시대 역사의 변곡점에서 시대를 이끌었다.

한국 서원의 시작은 1543년 주세붕이 세운 백운동서원이다. 퇴계 이황에 의해 소수서원으로 이름을 바꾼 백운동서원은 조정의 사액을 받는 첫 서원이자 공인된 교육기관으로 발전했다. 이후 한국의 서원은 각 지역에 뿌리를 내렸다. 소수서원(영주)과 함께 옥산서원(경주),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안동), 도동서원(달성), 남계서원(함양), 무성서원(정읍), 필암서원(장성), 돈암서원(논산) 등 이번에 등재되는 9개 서원들이다.

한국의 서원이 인정받은 보편적 가치는 성리학의 전파에 기여하면서도 정형성을 보여주는 조선 건축의 정수라는데 있다. 주목되는 것이 있다. 서로 닮았지만 또한 서로 다른 9개 서원의 건축적 가치다.

공간을 늘리고 화려한 하드웨어 치장에 마음을 두기보다 서원마다의 진정한 가치를 창조적 문화유산으로 이끌어가는 지혜가 더 절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