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만나지 못할 것 같았던 딸의 얼굴을 마주한 어머니는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기억에도 없는 어머니의 얼굴을 처음 본 딸도 따라 울었다.
생이별을 했을 당시 생후 3개월 이었던 딸은 어느덧 중학생 소녀가 돼 있었다.
지난 22일 익산시 용안면에 위치한 지적장애인 수용시설 ‘훈훈한 집’에선 15년 전에 헤어졌던 모녀의 극적상봉이 이뤄졌다. 보육시설 탐문과 DNA 대조 분석 등 익산경찰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어머니는 15년 전에 사망한 것으로 알았던 딸을 이날 다시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익산에 살고 있던 미혼모 A 씨(39)는 2004년 2월께 생후 3개월 된 딸 B 양을 평소 알고 지냈던 C 목사에게 양육을 부탁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돈을 벌여야 했기에 직장을 찾아 상경길에 오르게 된 A 씨는 부인이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C 목사에게 아이를 맡기게 됐다.
하지만 A 씨는 아이를 맡긴 지 한달쯤 지나 목사로부터 딸이 몸이 아파 갑자기 죽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짧은 생을 마감한 딸이 한없이 불쌍하고 미안했지만 어쩔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A 씨는 최근 주민등록을 정리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죽었다는 딸의 주민등록이 사망이 아니라 등록말소 상태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지난 3월 익산경찰을 찾아 딸을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익산경찰서는 즉시 실종수사팀 가동에 들어갔다. 어머니가 진술한 C목사의 교회는 빈 건물이었고, 목사 부인이 운영하던 미혼모 보육시설 또한 불법운영으로 단속되어 현재 운영이 중단된 상태였다. 또한, 당시 보육시설에 거주하던 원생 모두는 여러 보육시설로 분산 조치됐다는 얘기도 들었다.
경찰은 곧바로 B 양의 인적사항과 일치하는 아동들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별다른 진척이 없어 조사에 난항을 겪던 중 익산 소재 한 보육원에 B 양과 동일한 이름과 비슷한 나이대의 아동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먼저 B 양이 시설에 오게 된 경위부터 역추적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B 양의 출생신고가 이중으로 됐다는 점이다.
목사가 지원 보조금을 타기 위해 엄마에게 딸이 사망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은 A 씨와 B 양의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을 의뢰했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99.99% 친자관계’가 성립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결과가 통보되면서 A 씨는 이날 딸 B 양을 다시 품에 안을 수 있었다.
A 씨는 “그동안 딸이 죽은 줄 알고 잊고 지내며, 마음의 짐으로 삼고 살았었는데 경찰의 도움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딸을 찾아준 경찰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진한 고마움을 전했다.
익산경찰서 실종수사팀 이상욱 경위는 “세월이 너무 흘러 비록 지금에서야 만나게 되었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게 된 것 같아 보람과 자긍심을 느낀다”면서 “만날 수 있으면 꼭 만나게 해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