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자 등 학교재단 관계자의 각종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전주완산학원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25일 오후 3시30분 전주 완산구 평화동 완산여자고등학교 강당. 전교생이 모여들었다. 한켠에는 20여 명의 교사들이 줄지어 섰다. 교사들의 두 손은 앞으로 모아졌고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설립자에게 승진을 대가로 금품을 건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교감은 직위해제 상태로 이 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교직원은 학생들에게 사태 경과보고와 함께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창석 완산여고 교장은 “학교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을 때 바로 학생들에게 학교입장을 밝혔어야 했지만 감사를 핑계로 차일피일 미뤄온 것에 대해 너무나도 미안하다”면서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우리 선생님들을 다시 한 번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박 교장은 “앞으로 학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학생들의 교육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학교가 올바르게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16)은 “처음 언론을 통해 학교재단의 비리를 알게 됐는데 너무 짜증났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선생님들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았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수업이 이뤄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완산여고 교직원들은 박선훈 교사 등 6명을 비상대책위원으로 추대하고 이날 오전 10시 현 재단 이사장에게 “현 이사진들이 하루빨리 해산하고 관선이사 선임도 도교육청에 일임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같은날 오전에는 완산중학교 소속 교사 20여 명도 재학생들에게 사과문 발표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28일 전주지검은 완산학원 설립자이자 전 이사장인 A씨(74)와 사무국장 B씨(52)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완산여고 행정실장인 A씨의 딸(49)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완산중 교장 C씨(61)와 완산여고 교감 등 2명은 자신들을 승진시켜주는 대가로 A씨에게 돈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학교자금 13억8000만원과 재단자금 39억3000만원 등 총 53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A씨의 지시로 불법과정에 적극 개입했으며, A씨의 딸도 일정부분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중학교 교장, 고등학교 교감 승진과 교사채용 대가로 돈을 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교육청은 완산학원 이사회 해산 절차와 부정채용 연루 교사 감사 등 정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