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공동체의 가치

김은정 선임기자

오늘의 현대미술을 주도하는 예술가이자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인 아이웨이웨이가 제작해 전 세계 사람들의 난민에 대한 인식을 일깨운 다큐가 있다. 25명의 제작진이 1년여 동안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프랑스, 그리스, 독일, 스위스, 시리아, 터키 등 20여 개국을 찾아다니며 촬영한 <유랑하는 사람들(human flow)> 이다. 인권의 가치에 대한 확실한 믿음으로 난민 문제를 추적해온 아이웨이웨이가 고국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떠나는 난민들의 생생한 현장을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담아낸 기록. 덕분에 다큐는 목숨 걸고 국경을 넘는 수많은 난민들의 절박하고 처절한 난민들의 삶을 서사적 풍경으로 보여준다. 걸어서 국경을 넘거나 좁은 보트에 몸을 칼날처럼 세워 쟁여진 채 바다를 떠다닌 난민들의 유일한 희망은 새로운 땅에 발을 내딛는 것. 다행히 어느 나라 해변에 발 딛을 수 있었던 난민들이 시간을 다투어 황망하게 떠난 자리에는 흔적이 남는다. 모래위에 쌓이고 또 쌓여 거대한 설치물이 된 난민들의 구명조끼 행렬이다.

더 충격적인 현실이 있다. 의지할 보트는 고사하고 맨몸으로 강을 건너다 목숨을 잃는 난민들이다.

미국과 멕시코의 경계를 흐르는 리오그란데 강가에서 엘살바도르 난민 아버지와 두 살짜리 딸이 꼭 껴안은 채 숨져있는 영상이 공개됐다. 미국으로 가기 위해 강을 건너다 물살에 떠밀려 목숨을 잃은 부녀의 충격적인 죽음이다. 미국 국경을 불과 1km 앞에 둔 멕시코의 강가, 그 건너편에서 앞서간 남편과 딸을 지켜보던 아내의 울부짖음이 처절하다.

4년 전에도 유럽으로 가려다 배가 뒤집혀 터키해변으로 떠밀려온 시리아 난민 세 살배기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이 전 세계를 슬픔에 빠트렸다. 이 후 난민문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반난민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달라진 것은 별반 없다.

아이웨이웨이의 경고를 다시 떠올린다.

“불확실한 이 시대에 하나의 운명 공동체인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보다 높은 수준의 관용, 연민 그리고 신뢰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는 더욱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돌아보면 인권과 공동체에 대한 몰지각한 인식이 가져오는 상처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있다. 다문화 가족의 자녀를 ‘잡종강세’니 ‘튀기’ 로 표현한 한 자치단체장의 발언만 해도 인권과 공동체 인식의 비루함으로부터 온 것 일터. 공동체의 가치가 새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