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그린 그림’ 서양화가 이정웅 개인전

3일까지 전주 우진문화공간

이정웅 작품

책 한권에 담긴 시간과 역사는 화가에게 물감이 되고, 놀이도구가 됐다. 100년도 더 된 고서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담은 수백권의 책 면면에는 여러 가지 빛깔이 있었노라고 화가는 말한다.

이정웅 서양화가의 개인전 ‘책으로 그린 그림’이 3일까지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린다.

책을 모으고 분류하는 것에서 작업이 시작된다는 화가는 “작업실에서 하루종일 책을 가지고 신나게 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수많은 책의 단면을 색감별로 분류해 놓고, 캔버스에 먹과 모필로 표현하고자하는 대상의 밑그림을 그린다. 그 다음, 책을 펼칠 수 없도록 옆면을 접착제로 봉한 후 손으로 작게 조각내 책의 단면을 콜라주 한다. 책에 담긴 필력이 더 생생하게 연상되도록 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렇게 하면 제각기 다른 길이와 두께, 드문드문 비치는 색상, 종이의 재질이 눈에 들어온다. 오래돼 누렇게 빛바랜 종이는 물감을 대신해 형상을 배열하면서 다양한 표정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책은 펼칠 수 없고 읽을 수 없게 된다. 대신 수많은 책들을 자르고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가진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이 화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도시 중 전주한옥마을 풍경을 담은 작품을 선별했다. 최근 본인의 가장 큰 관심사로 자리잡은 ‘중경과 원경적인 구도를 가진 신성한 숲과 도시의 풍경’이 작품으로 나타난 셈이다.

이정웅 화가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 표현해보고 싶었던 이야기 중 하나였다. 책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도 많다”면서 “앞으로도 보이는 이야기와 보여지지 않는 이야기를 가지고 변화하는 나만의 책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