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쫓을때도 도망갈 구멍을 열어 놓고 쫓는다

엄철호 익산본부장

정헌율 익산시장이 다문화가정과 관련해 부적절한 말 실수로 큰 곤혹을 치루고 있다.

급기야 지난 27일 잇단 기자간담회를 갖고 “부족한 저의 행동과 발언으로 많은 분들에게 상처를 줬다. 인권감수성이 많이 부족했다는 것을 처절히 깨닫고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그는 이날 “사과에 진정성을 담기위해 지역의 국가별 다문화가족 모임 대표들을 일일히 찾아가 사과하고, 불필요한 대외활동 자제 및 SNS 활동 중단 등 당분간 통찰과 자숙의 시간도 갖겠다”며 고개를 재차 떨궜다.

무의식중 내뱉은 실언이 엄청난 화(禍)로 되돌아 오면서 사과에 사과를 거듭하고 있다.

자고로 ‘과언무환’이라 했다.

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고 말이 많으면 실수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언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바꿀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숱하게 보고 들어왔는데 공인들의 실언 흑역사가 끊이질 않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한번 입밖으로 뱉어진 말은 엎지른 물과 같아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다.

상대방이 사죄에 대해 진정성을 느껴야 용서로 이어질수 있기에 선처를 바란다면 그저 묵묵히 기다리는 것 밖에 달리 뾰족한 해법이 없다.

물론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오로지 정 시장의 입장에서 보면 한편으론 너무 혹독한 시련이 아닌가도 싶다.

결코 다문화가정을 비하하고자 했던 취지가 절대 아니었는데 당시의 분위기와 앞뒤 맥락은 싹뚝 잘려나간채 비하 막말로만 비춰져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으니 정말 황망하고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것도 발언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다가 시간이 한 참 지난 한 달여 후에 그 어떤 정치인(?)의 입에 의해 발단이 되면서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등 이런저런 뒷얘기까지 솔솔 들려오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호된 여론의 비판 팩트는 실언을 했느냐 않했느냐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감수해야 한다.

평생의 깊은 트라우마가 되겠지만 어쩔수 없다.

우리 모두는 실수를 한다.

단 한 번의 실수로 공들여 쌓은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게 다반사이고, 작은 실수로 치명적 상처를 받게 되는 일도 적지 않다는것을 익히 잘 알고 있지만 신이 아닌 인간의 한계 탓인지 연속 실수를 하면서 성장해 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실수는 ‘병가지상사’라고 했던가?

이번 논란이 조속히 마무리 되 길 바라는 마음이다.

사태가 날로 확산돼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어린 자녀들에게 실언 내용이 알려져 봤자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입혀 결코 좋을게 없고, 전국 뉴스로 계속 이슈화 돼 봤자 지역 이미지만 실추되는 등 치유할수 없는 지역사회 생채기로 자리나 잡지 않을까 크게 우려 된다.

쥐를 쫓을 때도 도망갈 구멍을 열어 놓고 쫓는다고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 통큰 포용을 통한 용서와 참회의 장을 만들어 주는것이 필요하다.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하는 질책 또한 한 사람의 일생을 가로막고 만신창이로 만들 정도의 험한 막말이 돼서도 안된다.

따끔한 질책과 비난은 분명 서로 다르다.

아무쪼록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말 속에 어떤 뜻과 기운을 담아 내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해석도 확 달라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앞으로는 말에 보다 신중을 기하고, 소통·화합의 지역사회를 위해 더욱 열심히 뛰고 달리는 매진을 통해 이번 시련을 잘 넘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