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신용관리, 안 하면 손해다

김용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필자가 금융회사 대출을 이용하는 주변 지인들에게 현재 부담하고 있는 금리 수준을 물어보면 대부분 잘 알고 있다. 통장에서 이자가 매달 빠져 나가니 관심있게 들여다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용등급이나 신용점수가 어떤지 물어보면 정확한 답을 듣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출금리에는 민감하지만, 정작 금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신용등급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개인신용등급은 신용조회회사(CB)가 개인의 여러 가지 신용정보를 수집하여 1~10등급으로 분류한 지표이다. 신용등급은 과거의 금융거래 경험이나 현재의 신용거래 상태를 바탕으로 매겨진다. 여기에는 대출상환 이력, 연체 정보, 부채 규모 등의 정보가 사용된다. 은행권에서는 보다 세분화하여 평가하기 위해 금년부터 신용등급 대신 1~1000점 사이의 신용점수를 활용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신용등급이 금융회사의 대출 가능여부, 대출한도, 금리를 결정하는 기본 지표일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발급, 휴대전화 개통 등 일상 생활 여러 면에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인 경우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쉽지 않고,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은행 대출이 가능하더라도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지난 4월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를 신용등급별로 살펴보면 1~2등급은 3.8%인 반면, 7~8등급은 8.4%에 달한다. 1,000만원을 대출받는다고 하면 7~8등급에 해당하는 대출 이용자는 1~2등급에 비해 연간 46만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하는 것이다. 신용등급 관리가 곧 돈을 버는 길인 셈이다.

사회 초년생들에게 있어 신용관리는 특히 중요하다. 대학생이나 직장 새내기의 경우 연체를 하지 않았더라도 금융거래 이력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통상 중간 수준인 4~6등급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결혼이나 주택 마련 등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금융회사의 대출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건전한 금융거래 이력을 쌓아 신용도를 높여 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신용관리의 첫걸음은 본인의 신용등급과 신용점수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신용조회회사들은 각사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개인신용정보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이스지키미’나 ‘올크레딧’ 사이트에 접속하면 누구나 4개월에 한번씩, 1년에 3회까지 본인의 신용상태를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소액이라도 연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연체는 신용등급을 하락시키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다. 30만원 이상을 30일 이상 연체하면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으며, 연체 기간이 길어지면 연체금을 상환하더라도 최장 5년 동안 신용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출 규모는 꼭 필요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상환 능력을 벗어난 대출은 피해야 한다. 특히, 대부업체 대출이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등은 급할 때 사용하기에는 편리하나, 은행 대출에 비해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므로 이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미달러화 최고액권인 100달러 지폐에 등장하는 벤저민 프랭클린은 ‘줄 돈을 제 때 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 지갑의 주인이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약속된 시점에 갚아야 할 돈을 정확히 지불하여 신용을 차곡차곡 쌓는다면, 금융거래도 그만큼 싸고 편리해지는 것이다.

 

/김용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