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이 미래가 되려면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전주대학교 교수

새만금 지역을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재생에너지 100%(RE 100) 특구로 조성하자는 제안이 논의 중이다. 국제사회로부터 기업에 대한 재생에너지 전환 압력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활로를 열어주는 동시에 새만금지역을 지속가능한 미래산업의 메카로 발전시키자는 발상이다.

새만금지역의 재생에너지단지 조성이 장기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군산의 경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10년 12월 군산 현대중공업 유치 당시 이명박 정부가 조선 산업의 군산시대 도래를 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6년 반 만에 군산조선소는 폐쇄되었다. 게다가 한해 최대 26만대의 자동차 생산기지였던 군산 GM 공장마저 결국 작년 5월 문을 닫고 말았다.

지역경제에 치명상을 입힌 두 사건은 모두 조선과 자동차 산업의 위기와 변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읽지 못한 결과였다. 뼈아픈 경험을 거친 군산은 현재 조선소 협력사들이 힘을 합쳐 풍력과 태양광 발전 구조물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그리고 GM 군산 공장이 전기차 제조업체에 매각된 후 인근 새만금 단지에 대규모 전기차 공장도 설립될 예정이어서 전기차 중심지로의 변신이 시도되고 있다.

혁신은 위기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새만금-군산에서 오히려 새로운 희망이 발견되는 것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전기차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전 세계가 이미 재생에너지혁명의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수많은 국가가 2025~2030년, 늦어도 2040년에는 내연기관 신차의 판매 금지를 결정했고, 이와 함께 전기차 시장과 기술의 발전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전기차 급성장의 배경에는 에너지전환에 선도적인 국가들이 추진해온 재생에너지정책의 성과가 자리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덴마크는 2030년에, 스웨덴은 2040년에 100% 재생에너지 발전국가가 된다. 독일 또한 2050년까지 완전한 재생에너지 공급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미 74개 이상의 지자체가 재생에너지 자립을 이룬 상태다. 미국에서도 뉴욕, 캘리포니아 등 수많은 주들이 2040~204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기 공급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 순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아직도 3%대에 불과하며 전기차 시장의 육성 지원도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기업이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싶어도 국내에서 살 수 있는 재생에너지 전력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그나마 있는 것에 대한 직접구매(PPA)제도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정부가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만금지역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발전 잠재량을 활용해 입주기업과 인근 지역을 재생에너지자립 RE100 특구로 만든다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선 새만금 지역에는 당장 재생에너지 구매가 절실한 Re100 참여 기업을 시작으로 전기차 등과 같은 연관 미래산업, 그리고 각종 에너지전환 산업과 연구기관 등의 입주가 줄을 이을 것이다. 이로 인해 구축될 미래형 청정에너지-산업클러스터가 지역과 국가 경제의 혁신적 성장과 일자리 창출,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전환을 견인함은 물론이다.

사실 새만금지역의 발전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이제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건 바로 미래사회를 향한 결단과 추진력이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전주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