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어느 날, 뜬금없이 - 박성규

언제였더라?-

가을 끝자락, 그 투명한

그리움 자락이 휘날리던 날이

언제였더라?-

생각이 멈추는

길고 긴 밤의 정적이 무거울 때가

언제였더라?-

 

눈길에 예보도 없이

왜 찾아왔을까?

그리움의 주소도 없이

기웃거리는 망설임도 없이

먼 곳에서나

더 가까운 곳에서나

침실까지 찾아온 그녀, 발자국 소리도 없이

언제였더라?-

 

잠시 머물다 보고 설레며 지나치는 길

지나가는 바람결이야,

반갑지 않은 반가움이어야 하는

열린 마음 닫힌 창문 너머로

잠시 머뭇거리다 갈 뿐

그리움, 그 아련한 그림자를 놓친 때가

언제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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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의 여러 사람들에게서 종종 듣는 이야기가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문장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잠잘 때조차 메모지를 곁에 두고 받아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 문장뿐이던가? 그녀에 대한 그리움도 어느 날 불쑥 찾아오고, 삶에 대한 외로움도 어느 날 불쑥 찾아온다. 주소도 없이 망설임도 없이 찾아오고 먼 곳에서도 가까운 곳에서도 언제든 찾아든다. 이별도 그렇고 만남도 그렇고 귀한 인연도 그렇다. <김제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