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속의 환자만 보면 잘 간호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뒤돌아보니 말 못하는 환자와 그들을 항상 지키는 가족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백의의 천사’로 불리는 전북대학교병원 설미혜(32·여) 간호사의 말이다.
설 간호사는 어릴적부터 간호사가 꿈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 2007년 예수대학교 간호학과에 입학한 후 졸업과 동시에 나이팅게일을 꿈꾸며 국군간호사에 지원했다. 하지만 국군간호사의 높은 경쟁력을 넘지 못했고 그 이후 전북대병원에 입사했다. 그는 입사와 동시에 병원에서 병원 내 대표적 3D 근무지로 꼽히는 신경계 중환자실에 지원했다.
설 간호사는 “대학교 시절 중환자실에서 실습한 경험이 있었고, 지금 역시 신경계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면서 “힘든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나의 마음이 시키는데로 했다”고 말했다.
어느 덧 9년차인 설 간호사는 뇌혈관질환중환자실에서만 8년을 근무해온 베테랑 간호사다.
간호사로 입문하기 위해 선서한 ‘나에게 간호를 받은사람들 의 안녕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문구를 나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설 간호사는 그동안의 중환자실 생활에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설 간호사는 “그동안 나는 모니터 속의 환자만 보고 있었다”면서 “모니터 속의 환자를 잘 파악해 환자의 상태를 캐치해내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던 어느순간 환자 보호자가 나에게 ‘선생님 덕분에 아내가 편해보이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한 후 환자를 보게 되었는데 갑자기 부끄러움이 몰려들었다”면서 “그 뒤로 모니터 속의 환자가 아닌 병실에 누워있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설 간호사는 이러한 자신의 반성을 통해 앞으로 중환자실 환자들을 대하는 법을 담은 글을 병원중환자간호사회 창립30주년 기념 수기공모전에 응모해 당선됐다.
설 간호사는 “그동안 간호사들이 환자들을 함부로 대하고, ‘태움’ 문화 등이 이슈화 되면서 안좋게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환자를 사랑하고 더 좋은 간호를 하려는 노력하고 있다”면서 “힘든 간호일을 하면서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감사하다’는 단 한마디”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