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

위병기 논설위원

골리앗을 이긴 다윗처럼 세상사에는 도저히 힘들것 같은 승부에서 약자가 강자를 꺾는 경우가 왕왕 있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이런 일이 많은데 상식을 깨는 결과에 사람들은 더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기록 경기에서는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경우가 거의 없으나 둥근 공이 개입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럭비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구기 종목에서는 이변이 연출된다.

작년 이맘때쯤 월드컵 역사상 보기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FIFA랭킹 1위 독일과 한국이 맞대결을 벌였는데 결과는 잘 알려진대로 한국의 2-0 승리였다. 벼락이 친 것도 아니고 비둘기가 독수리를 잡아먹는 현상같은 전조도 전혀 없었는데 맑은날 이런 일이 발생했다. ‘킨샤샤의 기적’으로 역사에 남은 알리와 포먼의 경기 또한 이변이었다. 은퇴한 노장과 40연승 가도를 달리는 숫사자의 대결에서 모든 도박사들이 포먼의 kO승을 점쳤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전쟁에서 이런 일이 나면 역사책에 남는다. 1588년 스페인 무적함대의 침몰, 이순신의 기록적인 승리, 트라팔가르 기적을 일궈낸 넬슨 제독 등이 바로 그것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주변에서도 이런 일은 종종 발생한다. 며칠전 교육부에서 최종 결정된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문제가 바로 그런 경우다. 결정권을 가진 도 교육청과 대항력이 없이 일방적인 평가를 받아야 하는 학교측의 승부는 마치 칼자루를 쥔 사람과 칼날을 잡은 이의 승부처럼 보였으나 칼날을 잡은 이가 승리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다른게 아닌 민심을 등에 업었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 선거에서도 약자가 강자를 뒤엎는 일이 가끔 있다. 그래서 세상사가 재미있는지도 모른다. 내년 4월 총선때 도내 정치역학이 어떻게 변할지가 관심사인데 여기에서도 역시 다윗과 골리앗이 있다. 능력이 있고 시민을 위해 더 헌신해 온 사람들이 뽑힐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거의 당선을 담보하는 박스 선거의 특성상 누가 얼마나 많은 권리당원을 확보했는가, 아니면 조직력이 앞서는가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력이 강하고 고관현직을 지낸 골리앗을 꺾는 다윗이 얼마나 나올지 궁금하다.

그런데 요즘 호사가들 사이에서 내년 총선때 함께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진안군수 선거가 화두다. 올 추석 이전에 이항로 군수의 재판이 마무리될 전망인데, 지역정가에서는 이한기 도의원, 이우규 진안군의원, 전춘성 진안군 행정복지국장을 비롯해, 도의원을 지냈던 김현철·이충국·김종철씨와 김남기 전 군의원, 이기선 전 전북도 국장 등의 이름이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진안에서도 역시 다윗과 골리앗은 있을텐데 과연 골리앗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