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 서막…전북경제 ‘비상체제’ 돌입

도내 47개 주력산업 업체, 일본서 핵심소재 수입
장기화 될 경우 디젤엔진 등 제품생산 차질 우려
국산화 대체 위한 연구개발과 수입처 다변화 시도

지난 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규탄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정권 규탄 3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우리나라를 수출심사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한·일 경제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이에 따라 전북경제도 사실상 준 전시체제인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전북은 타 지역에 비해 일본 경제보복조치의 영향이 미미한 편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도내 주력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내 기업들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전북경제 체질개선의 시발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백색국가는 군사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전략물자를 수출할 경우, 자국 기업의 수출허가 절차를 우방국에 한해 간소화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2004년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일본의 백색국가 리스트에 올랐다.

4일 전북도에 따르면 전북 주력산업과 관련된 1344개 기업 중 3.5%에 해당하는 47개 기업이 일본에서 핵심소재를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북은 일본산 소재를 사용하는 기업의 비중이 크지 않고 도내 기업들 또한 주요소재와 부품을 최대 1년분까지 비축해두고 있어 단기적으로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한일 경제전쟁이 장기화 될 양상이 커지고 있어, 양국 간 수출규제 강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규제품목이 늘어날 경우 전북 산업계는 디젤엔진과 기계류부품, 화학원료, 탄소섬유 관련 기업들의 제품생산에 차질이 우려된다.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권에 놓인 전북 기업은 농기계 분야와 화학분야, 탄소분야, 뿌리기계 산업 분야의 업종이다. 대표기업으로는 LS엠트론·동양물산·일진복합소재·휴비스·광전자 등이 있다.

전북경제의 전반을 이끄는 자동차 분야는 국산 제품으로 빠른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일 나석훈 전북도 일자리경제국장이 전북도청 기자실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른 전북도의 대응 브리핑을 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화학 관련 기업들은 수입국 다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테스트에 돌입했다. 트랙터 및 농업용 기계를 비롯한 뿌리기계기업들은 자체 연구개발로 수입품을 국산화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농기계 브랜드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30%에 달하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 규제가 전북 농기계 업체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는 일본산 엔진·부품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농림축산식품부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들의 일본산 농기계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은 국내에서 수출하는 농기계에서 엔진의 43%가 일본산이라고 밝혔다. 전북의 미래먹거리 산업인 탄소의 경우 우선 유럽중남미 국가에서 핵심소재 수입을 대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탄소산업 역시 국내 수소산업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중장기적 대책이 요구된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이번의 위기를 전북 경제 체질 강화의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모든 도정 역량을 집중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북도는 전북 피해기업의 경영안정 및 시설자금 지원과 금융지원에 나서는 등 이번 경제보복 위기에 대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