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 ‘여전’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 1년
도내 7월까지 총 257건 과태료 부과

8일 전주 풍남문 광장 인근 옥외소화전 앞에 차들이 불법주차 돼 있다. 조현욱 기자

8일 오전 8시 전주시 완산구 전동 풍남문 광장 인근. 회색 소나타 승용차가 옥외소화전 앞에 주차돼 있었다.

‘비상소화전함 주변에 불법 주·정차를 금지해 주시고 화재발생시에만 사용합니다. 본 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시 도로교통법 제 32조에 의거 과태료 부과 및 견인조치 합니다’고 적힌 소화전 안내문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께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한 도로. 이곳 인도에는 소방차가 급하게 급수를 필요로 할 때 사용하는 급수탑이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급수탑 앞에는 마트에 물건을 납품하기 위한 1t 냉동탑차가 주차돼 있었다.

차량 주인에게 소방용수시설 인근에 주차가 불법인 것을 알고 있는지 묻자 “잠깐 물건 만 내 놓으려고 한 거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는 10일로 소방관련 시설 주변을 정차 및 주차금지구역으로 정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지만 일상에서 소방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는 여전했다.

개정된 현행 도로교통법 제32조에는 소방 관련 시설 5m 이내에는 주·정차를 할 수 없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승합차는 9만원, 승용차는 8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있으며 비상등을 켜두고 잠시 주차하는 행위도 금지 대상이다.

화재 현장에서 사용되는 소방차량(펌프차 및 물탱크차)의 분당 방수량은 2800L로 추가적인 소방용수 공급이 없으면 3~4분 내 전량 소진하기 때문에 중도 급수를 해주는 소방용수시설은 초기 화재진압의 성패를 좌우한다.

실제 2018년 소방청에서 발표한 ‘시도별 연소확대 화재 현황 및 피해현황’에 따르면 전북지역에서 2013년도부터 2017년까지 24건의 연소(聯燒)확대 화재가 발생했으며 주된 원인이 불법주정차로 인한 진입제한이나 강풍 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전북일보가 둘러본 전주 지역 곳곳에서는 소화전과 급수탑, 비상소화장치 앞에 불법주정차가 돼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실정은 단속 과태료 부과 건수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접수된 도내 소방용수시설 인근 불법주정차 신고에 대한 과태료 부과건수는 총 257건으로 4월 50건, 5월 67건, 6월 84건, 7월 56건이다.

불법주정차도 문제지만 관련 소방시설 인근 장애물 적치도 문제이다.

이날 전주시 완산구 전동 한 옥외소화전함은 인근 매장에서 진열된 상품과 화분 등으로 둘러싸여 보이지 않았다.

소방 관계자는 “불법주정차에 대해서는 과태료 근거가 있어 처벌이 가능하지만 장애물 적치의 경우 따로 처벌 근거가 없어 계도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성 원광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소방용수시설은 화재진압 시 도움을 줘 대규모 재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만큼 주변에 장애물 등이 없어야 한다”며 “해외의 경우 소방용수시설 인근 불법주정차와 장애물 적치 등에 대해 엄중 처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관계법에 대해 장애물 적치 등에 대해서도 개정 등의 논의가 필요하며 또한 소방용수시설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국민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