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검색으로 한 단어를 찾아보았다. ‘엄마-격식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어머니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새삼스럽지만 ‘엄마’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사전적 의미가 그렇더라도 우리에게 ‘엄마’는 어떤 의미인가. 슬픔과 기쁨의 절정에서 나오는 이름, 되뇌는 순간부터 그리움이 앞서는 이름, 그 무엇과도 치환될 수 없는 사랑을 상징하는 이름.
이 아름다운 ‘엄마’ 이름이 수모와 치욕을 당하고 있다. ‘엄마’를 내세운 어떤 부대의 활약상(?) 덕분이다. 엄마부대는 애국보수시민단체를 자칭한다. 이 부대를 이끄는 이는 주옥순 대표다. 그는 2013년 발족한 이래 정치 사회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존재를 과시한다. 공식 직함은 유튜브 ‘엄마 방송’진행자란다. 홍준표 대표가 이끌던 자유한국당에서 디지털정당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던 그는 2018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는 허위사실 유인물을 뿌려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그와 엄마부대는 세월호 참사, 통진당 해산, 박근혜대통령의 탄핵 반대 등 크고 작은 사회적 이슈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물론 이들이 내놓는 주장은 거개가 황당한 궤변이다.
이 부대가 또 일을 냈다. 이번에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선전과 선동이다. 지난 1일에는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수상님 저희의 지도자가 무력해서 무지해서 한일관계의 그 모든 것을 파기한 것에 대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대한민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확정 판결이 국제법에 부합함에도 경제 보복으로 한일 관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아베에게 사죄라니.
8일에도 서울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벌써 다섯 번째다. “정부가 어렵게 도출한 종군위안부 관련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미 배상이 끝난 지난 1965년 협정을 뒤집었다”며 “다 끝난 일을 다시 뒤집는 고의적 도발행위”라고 주장한다.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아무래도 여론이 주목한 탓일 게다. ‘한일관계회복을 위한 기자회견’이란 이름으로 이어가고 있는 볼썽사나운 퍼포먼스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이즈음 전해 받은 푸시킨의 시 한 대목이 있다.
‘그대는 외국 민족을 그토록 아끼고 사랑해 이토록 지혜롭게 조국을 증오하였네.’
‘지혜’란 단어가 아깝지만, “정부가 자유대한민국을 망하게 하고 있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나왔다”는 이들에게 ‘당신들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냐’고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