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도시에 차 다니는 길이 이지경이라면 아마 난리가 났을 거외다. 아무리 사람 몇 안 사는 산골오지라지만 이렇게 무심할 수가 있습니까.”
무주군 무풍면과 경북 김천시 대덕면을 잇는 국도 30호선 구간 중 부평마을에서 덕산재 구간(연장 900m)의 도로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덕평마을에서 농사일을 하는 주민 A씨는 “비만 오면 찻길인지 물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도로 위를 따라 많은 물이 흐른다”면서 “물이 빠지는 건 고사하고 산 위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며 토사까지 더해져 도로는 난장판이 된다”고 말했다. 비만 오면 최악의 상황으로 변하는 도로구조에 A씨는 강한 불만을 내비치고 있었다.
지난 8일 오후 무풍면 지역에는 한 시간 만에 44㎜의 집중호우를 동반하며 전체 51㎜의 비를 뿌렸다. 많은 양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긴 했지만 고작 한 시간 남짓 내린 비로 도로 위는 인접산지로부터 유입된 유송잡물, 토사 등이 빗물과 한데 뒤섞여 처참했다. 주의 깊게 살펴보니 도로위의 물이 쉽게 빠질만한 배수시설이 없었다. 침투수와 흘러내리는 토사를 막아내 줄 여과시설 또한 눈에 띄지 않았다. 이것들이 모두 원인이었다.
배수시설은 도로구조의 보전을 확고히 하는데 중요한 부속시설로 알려졌다. ‘국도건설공사 설계실무요령’에도 설계 시 신속한 노면배수와 침투수의 차단, 침투된 물의 지하배수, 도로 인접지로부터의 배수처리를 적절하게 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또 도로의 노면과 비탈면에 내린 빗물의 신속한 배수는 강우 시 차량의 제동능력과 직결되는 사항으로 운전자의 생명과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로측면에 적절한 배수시설을 설치할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해당도로는 노면배수, 침투수와 유입토사 차단 등 기본적인 시설 갖추기를 외면한 채 운행차량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남원국토관리사무소 무주출장소 관계자는 “해당구간은 겨울철 상습결빙구간이라서 평소에도 주의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호우 시 이 정도 상황까지는 예상 못했다”며 “꼼꼼하게 도로상황을 파악해서 배수, 여과시설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면 신속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관리 주체인 남원국토관리사무소가 해당노선의 시설확충을 통해 오지 주민들의 교통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