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자 광복 74주년을 맞아 전주에서 전범기업 창업주의 호를 딴 동 명칭이 사라지고 신사참배 길을 비췄던 석등 안내판이 설치되는 등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어두웠던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전주시는 14일 여의동 주민센터에서 김승수 시장과 강동화 시의회 부의장, 도·시의원, 동산동 명칭변경위원, 기관단체 및 자생단체장, 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의동 선포식 및 현판 제막식’을 가졌다.
여의동 공식 선포와 현판·기념비 제막식 등의 순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김 시장은 “오늘부터 일제 잔재인 동산동이 아니라 우리의 자랑스런 이름인 여의동”이라며 “명칭변경을 통해 새 시대를 열어주신 여의동 주민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동산동은 1907년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 기업 창업자의 장남 이와사키 하시야(岩崎久彌)가 자신의 아버지의 호인 ‘동산(東山)’을 따 창설한 동산농사주식회사 전주지점이 위치했던 데서 유래했다. 이후 1914년 행정구역 개편때 동산리로 변경돼 오늘에 이르렀다.
시는 명칭변경을 위해 그간 주민 찬반 설문조사와 시민 공모, 주민 투표, 명칭제정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새로운 동 이름을 ‘여의동’으로 최종 결정했다.
여의동은 ‘뜻을 이뤄주고 용(龍)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한다’는 포괄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 일대에 덕룡·구룡·발용·용암·용정 등 유난히 용과 관련된 마을이 많아 사전 명칭 여론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주시는 또 전주시내 곳곳에 잔존하는 일제 잔재를 기억하고 청산한다.
대표적으로 일제강점기 시절 신사참배의 길을 비추는 용도로 세워진 전주시 완산구 다가교 석등 주변에 치욕의 역사를 잊지 말자는 안내판을 설치했다.
중노송동 기린봉아파트 진입로에는 친일 반민족행위자인 이두황의 단죄비를 알리는 표시판을 세웠다. 표시판에는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 가담내역과 동학농민군 토벌에 앞장섰던 반민족 친일행위가 기록돼 있으며, 이를 통해 역사의 교훈으로 삼기로 했다.
아울러 시는 올해 말까지 친일 행적으로 논란이 된 김해강 시인이 작사한 전주시민의 노래를 개정할 계획이며, 전주시 덕진동 덕진공원내 김 시인의 시비도 문인협회와 협의를 거쳐 철거를 검토할 예정이다.
김 시인은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KAPF:카프) 문학 문인으로 활동하면서 저항적인 시를 쓰다 변절, 친일시를 썼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