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들의 배움터였던 전주 금암고, 철거 되나

1956년 3월 숭실고등공민학교 명칭으로 건립
6·25 전쟁 후 전쟁 고아 등이 미래 꿈 꾸던 곳
2011년 폐교…시 “안전진단 E등급, 비행지역 우려”

1950년대 후반 6·25전쟁 후 전쟁고아나 가난한 이들의 배움터였고 1970년대 한국영화의 거장이 찍은 영화 촬영지였던 전주시 금암동 금암고등학교가 붕괴 위험 속 철거될 처지에 놓였다.

전주시 덕진구청은 27일 “폐교 후 10년 가까이 방치됐다가 안전진단 결과 최하 등급인 ‘E’등급으로 나온 금암고 건물 및 부지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연락이 두절된 소유주에게 철거 등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법적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가 이같은 조치에 나선 이유로는 최근 건물이 노후화돼 자칫 안전사고 위험이 크고, 청소년들이 비행장소로 전락하는 등 인근 주민의 민원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전주시의회 해당 지역구 의원은 이 건물을 철거해야한다고 본회의에서 발언하기도 했다.

금암고의 역사는 195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학교는 한국전쟁 이후인 1956년 3월 숭실고등공민학교(중학교 과정)라는 명칭으로 건립돼 전후 전쟁고아나 가난한 이들이 배움의 기쁨을 느끼고 미래를 꿈꾸는 곳이었다. 이후 1986년 11월 당시 문교부로부터 ‘학력인정 사회교육시설 전주숭실상업학교’로 지정받았고 명칭 변경을 거쳐 금암고로 바뀌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국유지인 현재 부지에 무허가 교사(校舍)이자 학교 학생들이 현장실습이라는 핑계로 학생들의 노동력 착취 및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전북교육청이 학력인정학교 지정을 취소하면서 폐교상태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11년 행정소송까지 이어졌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설립자로부터 학교를 인수한 현 건물 소유주 서모 씨는 현재 연락두절인 상태이다.

금암고는 임권택 감독이 1978년 메가폰을 잡은 영화‘상록수’의 촬영지로, 한국영상자료원(www.koreafilm.or.kr) 자료에도 금암고의 전신인‘전주 숭실상업학교’가 촬영지로 나와 있다.

촬영 당시를 기억하는 일부 졸업생들은 상록수 영화를 찍으면서 엑스트라로 출연했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학교 설립자의 한 후손은 “당시 문맹 타파와 교육에 앞장선 근현대의 역사적 건물임을 간과한 채 보존 방안을 검토하지 않는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건물 상태가 너무나 위험해 여러가지를 검토한다는 것이지 철거를 전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 의견 수렴을 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