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삼척동자도 잘 안다. ‘유년시절의 버릇이 노년까지 간다’는 말이다. 유년시절은 어린이가 성장 발달하는 과정의 하나로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쯤의 시기다. 이러한 유년기의 보고 들은 것을 시작으로 아동, 청소년기에 삶의 습관과 인격의 초석을 놓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버릇이든 나쁜 버릇이든 유년시절 부터 자기 나름의 특유한 행동을 하기 마련인데 성공한 사람들의 상당수는 이시기에 자기가 좋아하는 기능을 습득하거나 관심을 갖고 노력한 결과 화려한 인생을 누리는 경우가 많다.
그 예화로 미국 링컨 대통령은 어린 시절 위인들의 필체를 그대로 옮겨 쓰는 연습을 한 덕분에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훌륭한 필체였다고 한다. 나 역시 초등학교 시절 버릇 중 하나가 종이에 마구 글씨를 쓰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했는지 몰랐으나 차차 쓰던 글씨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재밋거리가 되었다. 글자를 예쁘게 쓰고 나만의 글씨를 잘 써보려고 애타기도 하고 글자의 자형을 여러모로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다양화를 위해 한밤중까지 열성을 부렸던 날이 수다히 많았던 추억이 있다.
내가 좋아했던 낙서란 연필을 가지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니고 바른 글씨 모양을 만들기 위해 종이나 노트에 닥치는 대로 자유분방하게 글씨를 썼던 일을 말한다. 연필 잡는 집필법은 사람에 따라 다르며 쓰는 방법도 차별성이 있다. 그러나 대체로 연필의 위치가 약 45도 각도에서 남동쪽으로 기울어져 쓰는 것이 일반적 상식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좀 다르게 나만의 방법을 궁리해서 색다른 모색을 해보았다.
연필을 세우는 각도와 위치가 방향에 따라 글씨체가 달라지는 것을 발견하고 나름대로 고심해 보았던 과정이다. 이런 과정 때문에 글씨는 용필과 운필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을 유년시절 낙서를 통해서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도 계속 여러 글씨 자형을 구사하고 있는 것은 어릴 적 낙서 습관에서 온 선물이다. 하지만 이는 나의 낙서 방법과 집필법을 소개했을 따름이지 표준화된 것이 아님을 전제하고 싶다.
그러다 나는 어느 날 문득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위대한 낙서 (the great graffiti)> 전을 통해서 전통적 서예, 동, 서양의 서예와 회화, 글자와 그림의 경계를 넘어 세계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며 “낙서는 최고의 예술이다”는 격언이 가슴에 와 닿게 되었다. 이 한마디 격언은 내 인생의 좌우명이 되었고 낙서에 더욱 열중하는 촉진제가 되었다. 위대한>
지금은 연필대신 만연필로 서예의 골서 방법을 연구하며 성경 필사(筆寫)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만년필 서예도 연필과 마찬가지로 예술적인 글씨를 제대로 쓰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종심(從心)의 나이가 되기까지 서예를 하게 된 것도 유년시절의 낙서 습관에서 동기유발이 되었고 삶의 목표의식과 자신감도 갖게 하였다.
그동안 서예를 한지도 수십 년이 되어 습관처럼 붓과 만년필을 잡고 있지만 아직도 심층 연습해야 할 것은 이들의 용도 활용과 집필법이다. 하지만 더욱 난해하고 무한한 연구가 요구되는 학문이다. 그러나 어릴 적 습관이 서예에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하고 삶의 평생 동반자가 된 것에 감사하며 “유년시절 즐겨 쓴 글귀, 낙서는 최고의 예술이다. 밤잠 설치던 그때를 불현듯 회상하는 것도 은혜”라는 말을 되새기며 여생을 즐기려한다.
* 윤춘흥은 오랜 교직생활 후 퇴직했지만 꾸준한 서예 작품을 통해 전라북도 미술대전 운영위원,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라북도 미술대전 서예분과 초대작가회 회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