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장 선거인단 1000명 이상은 돼야

박현조 전주대학교 명예교수

체육회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역 체육회장을 겸하고 있는 단체장들이 올해 안으로 사퇴하게 되면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늦어도 11월 중에는 차기 체육회장 선출을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내년 초에는 체육회장을 선출해야만 한다. 대한체육회도 이를 감안해 대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앙체육회에서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세부 개선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역 체육회는 그동안 지방자치 단체장이 회장을 겸직하면서 선거 운동의 전위대가 되고, 정치에 볼모잡혔다. 하지만 이제는 체육회의 독립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체육인들의 의견을 모아 방향 설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체육인으로서 반가운 마음이다.

중앙체육회가 세부 방안을 마련하면서 유념해야 할 것들을 몇 가지 주문하고자 한다.

첫째는 선거인단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1000명 이상이 선거에 참여하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많은 지지를 받아야 대표성을 가지며, 많은 체육인들이 참여해 대표를 선출해야 논란의 소지가 없다. 선거인단이 경기단체장으로 축소되거나 일부 임원으로 제한된다면 호응을 얻기 어렵다. 선거인단이 적으면 정치가 개입할 소지는 커진다. 이번 법 개정의 본질도 흐려질 수 있다.

둘째로 체육회라는 방대한 조직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체육 행정 실무 경험자가 대표로 적합하다. 현재 지역별 체육회는 지난 2006년 사회체육과 엘리트 체육이 통합되면서 많은 알력과 여기에서 파생된 분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장을 아는 실무 경험자가 중심을 잡고 체육계의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체육인들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순수성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지난해 이뤄진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의 가장 근본적인 취지는 체육회의 정치적 독립이다. 선거 때마다 휘둘리지 않는 체육회, 전문 체육 및 사회 체육인들의 순수성을 유지하는 체육회를 만들기 위한 내부 성찰에서 시작됐다. 체육회가 정치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면 이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체육회의 순수성은 영영 되찾지 못할 위기 상황이다.

대한체육회는 체육인들의 자존심을 걸고 차제에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체육회가 정치로부터 벗어나 독립할 수 있도록 강력한 제도적 뒷받침을 만들고 추진해야 한다. 최대한 많은 체육인들이 선거에 참여해 체육인들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체육인들이 만들고, 체육인들이 지켜 나가는 체육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로 지자체 단체장들 또한 체육회를 선거 조직으로 생각하지 말고, 건강한 지역 사회를 이끌어 가는 중추적 단체가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체육인들이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체육 활동도 활발해지고, 이는 곧 지역 사회의 활력소가 된다. 체육회에 대한 편견도 버리고, 순수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밑받침해야 한다. 순수성을 잃고 정치에 휘둘린다면 주민들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고, 결국 체육회 갈등의 빌미가 될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이같은 현실을 반영해 최대한 많은 체육인들이 선거에 참여해 축제가 되도록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박현조 전주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