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민주주의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전주대 교수

지난 주말에도 홍콩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며 송환법 반대 집회가 3개월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의 이 같은 저항이 우리의 시선을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한국의 촛불혁명과 마찬가지로, 시민의 자발적이고 집단적인 소통과 의사결정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홍콩은 현대의 스마트한 초연결 사회에서 시민의 집단지성과 직접민주주의 양식이 끊임없이 진화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집단지성에 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자주 거론되는 개념으로 “꿀벌의 민주주의(Honeybee Democracy)”라는 게 있다. 1만여 마리의 벌떼가 한 집단 내에 거주하면서도 무리의 질서를 체계적으로 유지하고 보금자리를 가꾸며 1억 년 이상을 생존해온 꿀벌의 수평적 집단 의사결정 방식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꿀벌은 개체 수가 크게 불어나는 시기가 되면 분가를 위해 새 집터를 찾아 이사를 준비한다. 장소 물색은 경험이 풍부한 벌들이 맡는데, 이들은 정찰대로서 흩어져 날아다니며 집터를 물색한 뒤 되돌아와 각자 자신이 찾은 곳을 보고한다. 이때 정찰벌들은 꼬리를 흔들어대고 왼쪽으로 한 바퀴,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며 자신이 찾은 장소에 관한 설명을 하게 된다. ‘꿀벌의 팔자춤’이라 불리는 이 동작을 통해 정찰벌들은 팔자의 기울기와 꺾이는 각도, 춤의 횟수와 시간 등에 따라 집터의 위치와 방향을 정확히 전달한다. 이어서 일반 꿀벌들은 후보지를 방문 확인한 후 마음에 드는 집터의 춤에 동참함으로써 의사를 전달하고, 다수가 선택한 곳이 새로운 서식지로 선택된다.

우리가 왜 꿀벌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주목해야 하는지, 최근 발간된 “SNS 민주주의와 주민참여“(임승빈 외)를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이에 따르면 현대 사회에서 시민의 정치 참여방식은 스마트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기존의 정당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비관습적 시민참여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SNS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인해 거버넌스 구축에 있어서도 자발적 대중참여의 중요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주민참여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주류 언론의 영향이 지대하던 과거와 달리 시민이 스스로 상품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호불호를 결정하며 밑으로부터 여론을 형성하는 소위 ‘소비자 민주화’가 발달한다.

이와 같은 시민 중심의 SNS 직접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꿀벌사회가 보여주는 방식의 집단 지성적 의사결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꿀벌집단을 보며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모든 꿀벌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오직 공동의 이익에 기초해 수평적으로 의사를 전달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집단지성에 기초한 민주적 공동체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어느덧 50대 이상이 유튜브를 가장 많이 보는 연령대로 꼽힐 만큼 스마트 초연결사회로 진입해있다. 그러나 심판 대상인 친일 정치세력이 유튜브에서 활개를 치고, 망국적 지역주의를 노골적으로 조장하며, 기득권층의 거짓 뉴스가 미래의 재생에너지조차 혐오시설로 몰아가는 등, 자유를 빙자한 진실 왜곡이 SNS 상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올바른 스마트 민주주의는 저절로 오는 게 아니다. ‘꿀벌의 민주주의’가 보여주는 공익과 공존, 그리고 상호 협력의 집단 지성적 시민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적폐 청산과 개혁이 절실함을 통감하는 요즈음이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전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