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한 국회의원

백성일 부사장 주필

국회의원은 권력자다. 장관을 했거나 권력자 주변에 있던 사람도 국회의원 하려고 목맨다. 그 이유는 권한은 많고 책임질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연간세비로 1억8000만원이나 받고 후원금까지 모금해서 쓸 수 있다. 회기중에는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까지 주어져 그 누구에게나 선망이다. 국정감사가 닥치면 피감기관에 자료를 맘껏 요구한다. 해당 상임위원회별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 때문에 피감기관들이 난리법석이다. 심지어는 요구한 자료를 빼달라고 아우성이다. 질의하는 국회의원 말 한마디에 답변하는 장차관들이 옴짝달싹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정감사는 야당의원 한테는 의정활동의 하이라이트나 다름 없어 한건이라도 더 터뜨리려고 절치부심한다. 돈 안들이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잔뜩 벼른다.

조국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때 전북 출신들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이 한명도 없기 때문에 도민 의견을 대변해줄 창구가 없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박주현수석대변인을 통해 간헐적으로 당의 입장을 내놓았지만 국민들의 맘을 대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민평당에서 대안정치연대가 떨어져 나간후부터는 더 민평당의 존재감이 안스러울 정도로 약화됐다. 정 대표가 국회의원 만들어준 김종회마저도 유성엽이 이끄는 대안정치연대로 갔다. 정 대표는 당지지도를 높이려고 안간힘을 쏟지만 백약이 무효인 것처럼 보였다. 최근에는 소상공인과 정책연대했지만 약발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당 지지도는 주식시세표처럼 등락을 거듭하지만 민평당은 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에 가려 존재감이 없다. 호남에서나 보이지 전국정당화에는 미치지 못한다. 민평당은 정체성도 모호하다. 이번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때 보인 반응을 보면 야당의 면모 보다는 민주당 2중대처럼 보였다. 전북은 민주당 지지가 높아 조 장관 임명에 찬성하는 여론이 많았다. 이 같은 정서를 의식해서인지 민평당은 조 장관 임명 전후의 태도가 달랐다. 장관해임건의안에 동조하기 보다는 다른 입장이었다. 도민들 가운데는 민평당을 다음 총선 때는 없어질 정당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야성이 너무 약해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문제가 한달 가까이 전국적인 핫이슈가 되었는데 전북 의원들은 법사위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말 한마디 없었다. 그렇게 말하기 좋아하던 의원들이 꿀먹은 사람마냥 말 한마디 없어 실망감을 안겼다. 저런 사람들 믿고 어떻게 지역발전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만 들었다. 추석민심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원래 선거가 다가오면 민심이 차갑지만 지금 민심은 경제상황이 어렵다보니까 바꿔버리자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진영논리에 갇혀 갈대처럼 소신없이 여의도를 오갔다가는 큰 코 다칠 것이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전북의 이익을 제대로 반영 못하고 나라가 잘못가고 있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국회의원들은 팽(烹)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