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처럼 한 번 쓰고 버리는 그를
사람들은 비정규라 부른다
기계 부품을 만드는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풀어지지만
살뜰한 가족이 그를 다시 조여 준다
어쩌다 바라보는 하늘은 너무 높고
그의 신음은 바닥을 기어 다닌다
그가 받는 지시는 장문이고
그를 퇴출하는 문자는 단문이지만
그는 길고 짙은 그림자로 버틴다
노동의 대가가 너무 헐렁하다 싶으면
포장마차에 들러 몸의 전원을 꺼버린다
전원을 꺼도 잠들지 못하는 밤에는
어이, 비정규, 어이, 비정규,
그를 부르는 환청이 족쇄처럼 따라다닌다
△“어쩌다 바라보는 하늘은 너무 높고” 색연필로 밑줄을 그었다. 공짜로 바라보는 하늘을 어쩌다 본다는 노동자의 고통을 함께하고 싶었다. 온종일 바람과 구름이 내 집처럼 넘나드는 한 평 남짓 하늘이 된다면 어떠하리. 옥탑방에 걸린 그믐달의 슬픈 전원을 꺼버리는 거다.
낮엔 밝은 미소를 내리쬐는 태양이 되고, 밤에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었으면 한다. 별똥별이 빗금을 긋고 지상으로 내려올 때 “어이, 비정규”라고 부르면 눈 똑바로 뜨고 노동자의 이름표를 보여줄 것이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