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수레 - 전용직

지리산 등정 길

등에 달라붙은 배낭

오르막길 숨 차오를 때

떨쳐버리고 싶었네

 

그때 무겁던 배낭

산비탈 벼랑길에서

엉덩방아 찧을 때

나를 받아주는 강보였네

 

애면글면 끌어온 수레

비틀거리는 나를 잡아주는

고마운 동반자

 

산 넘고 강을 건너

마을로 접어든 좁은 길섶

허리 굽어진 나를

그대가 끌고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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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등정 길 등에 달라붙은 배낭”처럼 귀찮은 존재들이 있다. 그러나 그 존재가 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구원자가 된다면 참 잘 살아온 거다. 내가 외롭다고 말할 때 진정으로 들어 줄 가족이 없다면 어떨까? 회개와 깨달음을 주는 시다.

수레는 고마움을 기워 갚을 줄 아는 사물이어서 보듬어 주고 싶다. 젊음을 바쳐 키워온 자녀들을 재평가해 보는 허리 굽어진 내가 잠시 종이에 끄적거려 본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