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인월 장날

3, 8일에 서는 인월 오일장. 도회의 여느 시장처럼 현대화(?)되었더군요. 명절 끝이라 한산했습니다. 점심은 뭘 먹어볼까? 두리번거리는데 보리밥집이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쌀이 귀했을 지리산 자락, 장 보러 오는 어르신들 다 보리밥에 물렸을 텐데 말입니다. 좌판을 둘러봤습니다. 더덕 도라지 취나물 고사리 같은 산나물 등속만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요. 좀약에 이태리타올 빨래집게 골무 참빗…. 꼭 휙휙 달아나는 세상에 손사래를 치는 것 같았습니다.

막내 고모 아직 처녀 적, 수틀 앞에 오색실 던져주시던 거나한 할아버지가 스쳤습니다. 낭자머리에 곱게 동백기름 바르신 할머니도 보였고요. 어느 늦가을 장날이었던가요? 아버지도 어머니 손에 구루무 한 통 가만 들려주셨지요. 눈썹연필, 입술연지, 색조화장품…, 농사일 꺼끔헐 때 곱게 분 바르고 좋은 데 구경 가시라 좌판에 화장품도 그득하네요. 나이 들어가는 누이에게 매니큐어 하나 사다 줄까 생각 다가, 혹시 봉숭아꽃은 없나 두리번거렸습니다. 화개장터처럼 있어야 할 것은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남원 인월 장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