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멈추지 않고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쁨이 아니던가.
살다 보면 뜻대로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았던 것을
어디 만만한 게 있었던가.
지나간 일들은 바람에 날려버리고
빙그레 던져보는 실없는 웃음 속에
흔적을 그려보는 것도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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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마치 긴 참회의 피정을 다녀온 사람 같다. 기쁨의 정의가 살아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만족하단다. 하얀 머그잔을 가득 채운 아메리카노 커피 향에 웃음을 띄워보자. 작은 커피잔에 일렁이는 내 얼굴에 미소를 그려 넣어 본다. 느린 시간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나의 존재를 불러보는 순간, 내 안의 나에게 기쁘다고 말하지 말라.
더 큰 외로움이 밀려오니까.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