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짱이 같은 후보

백성일 부사장 주필

유권자들은 낙하산 공천자를 싫어한다. 문재인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냈거나 검·판사, 의사 등을 하다가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고 모처럼만에 얼굴을 내민 사람들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예전처럼 지역에 인재가 없었던 시절에는 고관대작한 것이 장점으로 부각되면서 잘 먹혀들었다. 하지만 촛불혁명을 통해 박근혜 전 정권을 갈아치운 이후에는 지역에서 동고동락하며 새롭게 지역발전을 모색하는 행동하는 양심을 국회의원 깜냥이라고 본다. 아직도 중앙집권적 사고가 팽배하지만 그래도 지역균형발전 논리가 지역개발을 떠받치는 논리라서 굽은 소나무 선산지킨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다. 잘났다고 뻐기는 사람들이 모인 국회가 항상 난장판이 된 것을 보면 그런 사람들의 경력과 스펙보다는 차라리 사람냄새가 풀풀나는 품 넓은 사람이 더 적격이라는 것이다.

과거 80년대 암울했던 전두환군부독재시절에 민주화를 위해 청춘을 바쳤던 386세력들한테 유권자들이 찬사를 보내면서 그간 국회의원 등 선출직을 만들어줬지만 기대 만큼 의정활동을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전문성과 도덕성이 떨어져 지금은 어느덧 586세대들로 전락하면서 개혁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예전 학생 때 타성에 젖어 베짱이 같이 때로는 중간숙주역할하며 지역에서 별다른 직업없이 유유자적한 사람도 있다. 심지어 낙선한 운동권 후보 가운데는 선거기술자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경선 대비용으로 당원모집에만 혈안이 돼 과연 저 사람이 국회의원을 뭣 때문에 하려고 하는지 의심이 든다는 것.

유권자들은 운동권 후보한테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나름대로 지난 80년 군부독재시절 때 민주화를 위해 어느정도 자신의 몸을 희생시켰고 그간 지역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살피고 있다. 운동권 출신 후보도 강도높은 검증을 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딱 들어 맞았다. 지역에서 무늬만 운동권 출신으로 깝죽대는 사람도 있다. 세월이 지나다보니까 이런 사람들이 각종 선거판이나 이권에 기웃거리며 품격을 떨어뜨린 경우가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대학생 때 민주화를 위해 옥고를 치렀던 민주투사는 민주주의를 지켜낸 사람들이어서 국회의원을 하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조국사태로 현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지지도가 전반적으로 하향세지만 전북과 광주·전남, 수도권 등지에서는 강세를 보인다. 그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을 통해 성공한 정부로 가야하기 때문에 지지세가 오히려 결집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전북에서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마치 당선을 떼논 당상처럼 여기며 불나비 마냥 설치는 사람이 있다. 유권자들은 이들을 겨울을 대비하려고 음식을 모으는 개미 보다는 여름철에 한가롭게 나무 그늘 밑에서 노래나 부르는 베짱이처럼 보고 있다. 촛불집회로 정권 교체해 놓으니까 국회의원 하려고 수저들고 달라든다는 것이다. 지금은 고향에서 유권자들과 동고동락하며 선산을 지켜온 굽은 소나무가 국회의원 될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