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 노인의 기준인 65세 이상 인구로 볼 때 2017년에 전체 인구중 14.2%인 711만명으로, 14%가 기준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7.1%를 기록하면서 ‘고령화사회’로 들어선지 17년만의 변화다. 과거 프랑스가 1백15년, 미국이 71년, 일본이 24년 걸렸던 것에 비하면 우리의 고령화가 얼마나 빠른지 짐작할 수 있는 통계다.
전북의 경우는 더욱 놀라울 지경이다. 올 7월 기준 도내 전체 인구 182만명중 65세 이상이 36만명으로 20.1%를 차지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 이상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것이다. 임실(34.3%)을 비롯 8개 시·군은 비율이 30% 이상으로 주민 3명중 한명꼴로 노인이다.
노인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제 노인은 예전의 ‘공경받는’ 세대가 아니라 ‘부담스런’ 세대로 바뀌어 가고 있다. 복지 예산이 증가하면서 국가나 지자체가 감당하기 벅찰 것이라는 사회적 위기감 때문이다. 실례로 서울 지하철의 노인 무임승차를 놓고 빚어지고 있는 논란이 대표적이다. 특히 출산율이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출산 현상의 고착으로 노인세대를 떠받칠 청소년세대는 크게 줄고 있다. 앞으로 공적자원의 배분 문제를 놓고 세대간 갈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복지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노인 기준연령을 상향 조정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었다. 30∼40년 전이라면 몰라도 이제 65세가 넘었다고 노인이라 자처하면서 대접 받으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여전히 건강한 심신으로 경제활동을 지속하길 바란다. 7순을 맞아서도 잔치 대신 가족과 함께 식사나 여행을 떠나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도 이젠 옛말이 됐다.
내일(2일)이 제 23회 ‘노인의 날’이다.1991년 유엔이 10월1일을 ‘세계 노인의 날’로 선포한데 이어 우리 정부도 1997년 10월2일을 기념일로 제정했다. 이날 정부는 그 해에 100세를 맞는 노인들에게 장수(長壽)의 상징인 청려장(靑藜杖)을 증정해 오고 있다. 청려장은 명아주라는 식물로 만든 지팡이로 본초강목에 따르면 짚고 다니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고 기록돼 있다.
아프거나 빈곤한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불행이다. 이들은 고령사회의 그늘이다. 최소한 비극은 막아줘야 한다. 노인문제는 당사자나 가족만의 사안이 아니다. 세대간 계층간 갈등까지 얽혀있는 만큼 국가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제도적 타협점을 찾는데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