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시작한 일’이 자신을 ‘개인전을 다섯 번이나 연 작가’로 만들었다는 한 중년의 자기소개는 수많은 성과에 대한 영광 대신 또 다른 도약을 바라보는 자의 여유가 무엇인지 짐작케 했다.
다섯 번째 그림 전시를 여는 김대곤 작가는 전시 주제를 ‘전조(前兆, PORTENT)’로 정했다며 “작가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새로운 모색을 위한 조용한 성찰이자 전환의 치유작업”이라고 이야기했다.
전주 누벨백미술관에서 오는 3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는 유화 17점과 판화 7점이 걸렸다.
전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낸 김대곤 작가는 정년퇴임 후 요양병원 원장으로서 의료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래선지 유화 작품에는 만고풍상을 겪은 노년의 인물이 주로 담겼다. 작가는 세월의 흐름에 따른 안면의 생물학적인 변화는 물론, ‘의지’로 발현되는 건강한 정신력이 어떻게 보여지는가를 묘사하고자 했다.
작품 ‘무자위’를 보면 담배를 태우는 노년의 남자의 미소 짓는 모습 뒤편에 ‘수차’라 불리는 농기구 ‘무자위’가 자리해있다. 과거에 대한 회상과 현재의 일상이 맞물리는 순간이다. 또 다른 유화작품 ‘황소’에는 전통적인 농부의 순박한 모습과 흰 옷, 황소, 황토밭이 담겼다. 조상들의 삶과 정신의 토대가 된 푸른 정신이 오롯이 느껴진다.
“한 인물의 역사는 인생의 희노애락으로 나타나죠. 그 사람의 내면과 심리에 집중하다보면 피사체와의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고, 그게 곧 작품이 주제가 됩니다.”
옆으로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에칭’의 한 기법인 ‘포토에칭’을 응용해 제작한 판화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한민국미술대전과 전북 및 대전광역시미술대전에서 판화부문 초대작가로 활동했던 이력이 있는 김대곤 작가가 많은 애정을 쏟은 부분 중 하나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간과 공간적 이미지를 주제에 연동하는 ‘병렬 작품구성’ 방법을 빌려왔다. 특히 틴포일을 이용해 볼록 알루미늄판을 제작하는 기법을 새로 창안해 판화 제작에 시도함으로써 작품제작에 대한 유용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2년에 걸친 작품내용에 대한 결산을 담고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김대곤 작가는 “구상 위주의 표현 방식에서 벗어나 반구상적인 탐구로 나아가고자 한다”며 “구상의 외형보다는 내적 감정의 흐름을 중요시 다루는 방식을 채택하고 자기 정체성의 개성을 새로운 표현양식에 응용하고자 작업전환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전시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대곤 작가는 남원 출신이며 1994년 ‘청년의사’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암반의 뒤척임> , <기다리는 사람에게> , <그 도시의 밤안개> 등 시집도 여러 권 펴냈다.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전공하는 등 예술분야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양한 분야에 열정을 쏟고 있다. 그> 기다리는> 암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