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베스틸 군산공장(이하 세아)에서 회사 직원과 협력업체가 공모해 수백억 원의 자재를 빼돌린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피해 금액이 무려 2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아 측은 6개월이 넘도록 수사기관에 피해 신고를 하지 않는 등 사건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도마에 올랐다.
이 같은 정황은 최근 세아를 퇴사한 A 씨의 제보로 뒤늦게 수면에 드러났다.
지난 4일 경찰과 A 씨 등에 따르면 세아로부터 하청을 받아 슬래그(철강 부산물)를 처리하는 B협력업체는 세아 직원과 공모해 수년간 10만 톤(시가 200억 원 이상 추정)이 넘는 고철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빼돌린 것으로 추정되는 고철은 전기로에서 고철을 용해하는 과정을 거쳐 용광을 생산하고 난 뒤 나오는 슬래그에 함유된 파쇄고철(지금)로, 슬래그와 파쇄고철은 냉각·분리해 슬래그만 반출하고 파쇄고철은 재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B업체는 이 같은 분리과정을 거치지 않고 파쇄고철을 슬래그에 포함해 무단 반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세아는 피해 정황을 6개월 넘게 경찰에 알리지 않아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제보자 A 씨는 세아 군산공장 직원이 관련돼 회사 측에서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A 씨는 “회사 직원이 개입해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음에도 회사는 이를 숨기기에 급급했다”고 말했다.
실제 세아 측은 2018년 6월 피해 정황을 인지했지만, 경찰이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같은 해 12월까지도 이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세아 측은 오랜 파트너사가 연류 돼 제보만으로 수사를 의뢰할 수 없었고, 수사 의뢰에 앞서 일정 부분 자료를 취합하고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인해 시간이 지연됐다는 입장이다.
세아베스틸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한 의혹을 제보 받은 후 그룹 감사실 및 기업 차원에서 명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약 4개월간 정황을 수집·조사하는 등 구체적인 증거 확보에 나섰다”며 “지난해 10월께 구체적 제보를 통해 그룹 내부적으로 사실관계 확인 및 자료를 확보, 같은 해 12월 군산경찰서에 첩보 형태로 제보했다”고 해명했다.
내부 직원 공모 여부에 대해서는 “의혹을 받은 해당 직원은 내부 감사 및 PC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분석에 들어갔으며,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B협력업체는 “직원 몇 명이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은 있지만, 절도행위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한편 경찰은 세아베스틸 및 B협력업체 관계자와 고철을 사들인 C고철처리업자 등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