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셰익스피어, 가을에 만나다!

이종훈 전주시립극단 예술감독

영국의 국민 시인이며 가장 훌륭한 극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셰익스피어는 1564년에 태어났다. 그는 37편의 희곡과 4편의 소네트를 발표했는데 그의 작품은 지금도 세계에서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연된다고 한다. <황무지> 라는 시로 유명한 미국의 시인 T.S.엘리엇은 그를 가리켜 “어느 사람도 셰익스피어만큼 자신의 작은 지식을 바탕으로 이처럼 엄청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라고 했다. 또 어떤 평자는 그의 극을 가리켜 “삶, 죽음, 인간, 우주에 대한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명상록”이라고 말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세계문학의 고전이면서 동시에 현대성이 가장 풍부한 작품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4대 비극인 <햄릿> <오델로> <리어왕> <맥베드> 는 세계 희곡 문학의 결정체라 불린다.

셰익스피어가 극작가로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1921년 5월부터 1922년 말까지 <개벽> 이라는 잡지에 연재된 <하믈레트> 를 통해서라고 한다. 또한 국내 최초의 셰익스피어 공연은 1925년 경성상업고등학교 어학부에서 원어로 공연한 <줄리어스 시저> 다. 해방 이후 셰익스피어는 한국인들에게 매우 친숙해졌다. 오죽하면 전쟁의 한가운데인 1951년과 1952년에 <햄릿> <오델로> <맥베드> 가 대구와 부산에서 성황리에 공연될 정도로 그 저변은 넓어졌다. 이에 비해 전주에서는 1996년 <리어왕> 을 기점으로 2007년 <맥베드> , 2013년 <햄릿> 을 공연하기에 이르렀으니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의 소개가 너무 늦게 이루어진 셈이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전주시민의 목마름에 보답하기 위해서일까. <전주시립극단> 이 매년 가을 명작무대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올린다. 2019년 <오델로> 를 시작으로, 2020년 <햄릿> , 2021년 <맥베드> , 2022년 <리어왕> 을 공연한 후 2023년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한 달 동안 연속공연하는 국내 연극계 초유의 기념비적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20명의 단원이 4대 비극 속의 등장인물로 변신하면서, 10시간 분량의 대사를 암기하며 연기를 하는 멋진 모습을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설렌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참고 견디는 것이 장한 일인가? 아니면 거친 파도처럼 밀려드는 재앙에 맞서 싸워 물리치는 것이 장한 일인가? (햄릿 중에서)”

햄릿은 복수라는 고통스러운 수행과제를 부여잡고 번민한다. 맥베드는 악랄한 자신의 과오를 상기하고 양심의 송곳에 찔려 내적 고통에 빠지고, 오델로는 의심과 질투의 화염 속에서 몸부림치고, 오만한 리어왕은 잘못된 판단으로 배신의 늪에 빠져 허우적댄다. 한결같이 불완전한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작품들이다.

셰익스피어는 작품을 통해 자신이 탐색한 수많은 인간의 모습을 기록했다. 인간은 무엇인가? 연극은 세상과 인간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래서 연극은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준다. 이 가을, 셰익스피어를, 아니 우리 자신을 만나러 가보자!

/이종훈 전주시립극단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