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7일 국회에서 진행한 농촌진흥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연구활용률 저조, 신품종 개발 부진, 해외파견 결과보고서 표절, 특정업체 일감 몰아주기 등 여러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농친청이 총체적인 난국에 처했다는 지적과 함께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구 활용률 저조=한국당 김태흠 의원은 매년 3000억 원 이상 투입되는 농진청 연구의 영농활용률이 27%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농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농진청이 시행한 연구과제 4549개 가운데 영농에 활용한 경우는 1226개(27%)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5년 전과 똑같은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현장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연구에 앞서 선행되는 기술수요조사에서도 농가와 영농조합의 접수율은 32건(2%)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농진청(775건, 47.7%)이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실용화를 위한 연구라 볼 수 없다”며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연구과제들을 발굴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청장은 “현장 수요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답변했다.
△신품종 개발 부진=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은 “국산 신품종 보급이 지지부진해 종자무역에서 매년 적자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이 농진청으로 받은 ‘5년간 국산 품종 점유율 및 무역수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존과수와 화훼작물의 국산품종 점유율은 각각 15.8%와 32.8%에 그쳤다. 나머지는 전부 외국산으로 나타났다.
수입의존도가 높다보니 종자무역에서도 손해를 봤다. 2014년에 발생한 무역적자는 약975억원, 2015년 798억원, 2016년 692억원, 2017년 686억원, 2018년 891억원으로 총 4040억원에 이른다.
△해외파견 결과보고서 표절=자유한국당 이양수 의원은 농진청 공무원들이 해외파견을 다녀온 뒤 작성하는 결과보고서를 표절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현장에서 표절이 확인된 ‘제31~33차 OECD 우수실험실운영(GLP) 작업반회의’ 귀국보고서와 ‘국제농약분석협의회 (CIPAC) 및 CIPAC/FAO/WHO 공동 심포지움’ 참석보고서 3년 치를 공개했다. 작업반회의 보고서는 동일한 인물이 예년에 작성했던 자신의 보고서를 표절했으며, 심포지움 참석보고서는 세 사람이 서로의 보고서에 작성한 시사점과 향후계획을 그대로 베꼈다.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따르면 소속 장관은 등록할 때 표절여부 및 내용·서식 등 충실성을 점검해야 한다.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은 이에 대해 “점검이 부실했다”고 인정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 혈세로 해외 파견을 다녀오는 공무원들이 작성하는 결과보고서가 같다면 외유를 다녀온 것 밖에 안 된다”며 “철저하게 실태조사를 해서 표절한 보고서는 다시 작성해서 제출·등록하도록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정인사, 업체 일감몰아주기=더불어민주당 윤준호 의원은 농촌진흥청이 소관 위원회 위촉직 외부 인사들에게 용역몰아주기를 한 사실을 지적했다. 윤 의원은 “농촌진흥사업심의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위원들이 소속된 기관 업체가 36건의 용역을 수주했고, 용역금액도 13억9000만원에 달했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용역수주는 ‘농촌진흥사업심의위원회 운영규정’위반이다”고 질타했다.
한국당 강석진 의원은 농진청이 특정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홍보콘텐츠 제작’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농진청은 2015년부터 5년간 홍보콘텐츠 제작 계약을 하면서 28건 전부를 수의계약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7년부터 올해까지 특정업체와 동영상 제작을 수의계약해 전체 일감의 73%, 1억1605만원 일감을 몰아줬다. 강 의원은 “400만원짜리 동영상 제작도 공개경쟁 입찰을 하는데 농진청의 수의계약은 이례적이다”고 지적했다.
김 청장은 “지역과의 협력강화 차원의 조치였으며 효율적인 홍보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답변했지만 강 의원은 “해당 업체는 수원에 있다가 농진청이 전주로 이전한 2015년 같은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 유착관계라는 의혹이 더욱 짙다”고 반박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연구‘뒷북’=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이 농진청으로부터 받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국제협력사업 추진상황’ 자료에 따르면, 농진청은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한 연구를 지난 9월에 착수했고, 예산은 2400만원에 불과했다.
정 의원은 “최근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살처분하는 돼지가 15만두에 달하고 돼지고기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농촌진흥청이 이제서야 ‘뒷북연구’에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아프리카돼지열병 저항 유전자 발굴 등 관련 연구를 위한 인력과 예산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