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개도국) 지위를 사실상 포기하겠다고 지난 25일 발표함에 따라 농도전북의 농정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위상, 대내외 여건, 경제적 영향을 두루 고려해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며 “농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재정지원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당장 국내 농업 분야에 큰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농도를 표방하는 전북도 또한 정부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예산 증대와 농민 직불제 개편 등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농정기조가 변화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도는 도내 농민들의 반발이 큰 상황에서 이를 설득하고, 전국 쌀 생산 3위에 달하는 전북농업분야 보호 대책을 내놔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해외 농산물이 밀려들어올 경우 도내 농산물 생산량도 조정해야한다.
최재용 전북도 농수산식품국장은“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따라 결정한 현 농산물 관세율이나 농업보조금총액(AMS)은 새 농업협상이 타결되고, 각국이 이행계획서를 제출ㆍ검증한 뒤 국내 비준 등 절차를 마무리할 때까지 유지돼 당장 전북농업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며“곧바로 WTO 농업협상이 타결될 가능성 또한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국장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농업의 공익성이 인정돼야하며 지원 폭 또한 넓혀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종필 도 농업정책과장은 “농업분야를 포함한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은 회원국 별 입장 차로 10여년 넘게 중단된 상황이다”며“정부로서는 개도국 지위 졸업을 선언해도 선언적 의미 외에 불이익은 없다고 본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별개로 도내 농민들의 불안감은 큰 상황이다.
박흥식 전북농업인단체연합회 회장은 “미국이 자기들 이익을 위해서 우리 농업을 개방시키라는 것이다. 쌀이 핵심이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쌀농사를 짓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식량자급 기반이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정부의 WTO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도성장국가를 상대로 개도국 지위 포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그는 지난 7월 Δ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ΔG20 Δ세계은행 분류상 고소득 국가 Δ세계 무역 비중 0.5% 이상인 국가 등 조건에 1개라도 해당하는 국가로 한국을 포함한 11개국을 지목하고 개도국 지위 포기를 요구했다. 우리나라는 네 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 WTO 가입 당시 개도국 지위를 주장했지만 1년 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기후변화 분야에만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왔다. 이에 수입쌀에 대한 513% 관세율 적용, 쌀 직불금제 등 국내 농업 보호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WTO개도국 지위가 해제되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단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받고 있는 개도국 혜택은 한정적이다. WTO가 출범할 때 개도국에 부여한 ‘10년 간 평균 24%의 관세 인하’는 이미 효력이 끝냈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의 중심이었던 농업 분야 혜택만 유효한 상태다. 특히 양자 간 무역협상인 FTA가 활성화되면서 다자 간 협상이 점점 무의미해져가고 있다. 한국은 총 52개국과 FTA를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