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케이블카 추락사고로 3명의 사상자가 난 완주군 고산면 성재리 안수산 입구. 사고 다음날인 31일 오전 10시 이곳을 찾았을 때 차량 6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 옆에 파란색 철판의 케이블카 운전실이 보였다. 운전실에는 전날 3명의 사상자를 낸 케이블카의 사고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사고 충격으로 운전실의 철판 벽면은 종잇장처럼 짓이겨졌고, 케이블카 지지대는 엿가락처럼 휜 채로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케이블카 운전실 내부는 케이블카가 얼마나 오래전부터 운영됐는지 알 수 있는 흔적들로 가득했다.
기계들 곳곳은 녹슬었고 기계에 표시되어 있던 글자들은 빛바래 지워져 알아보기 힘들었다.
케이블카 내부에서 안치행사에 이용될 것으로 추정되는 제사 음식들이 널브러져 사고의 처참함을 다시 상기시켜줬다.
하지만 처참한 현장 어디에도 화물 외에는 이용하면 안 된다는 팻말은 보이지 않았다.
사고 현장을 지나 사상자들이 가려고 했던 사찰로 향했다.
약 30분가량 가파른 산행길을 오르자 사찰이 보였고 전날 사고가 발생했을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고요한 사찰에서도 케이블카 사고 흔적들은 쉽게 눈에 띠었다.
케이블카가 도착하는 종착지점에는 매우 녹슨 끊어진 케이블 줄이 남아있었다. 녹슨 케이블 줄이 오랫동안 교체되지 않고 계속 사용됐음을 짐작케 했다.
이날 사찰에서 만난 한 신도는 “평소 스님이 신자들에게 케이블카를 타지 말 것을 말했었다”며 “그런데 일부 몸이 불편하셨던 분들이 이용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찰 주지 스님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속상하다”며 “이곳이 좋아 온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제 절과 인연이 다한 것 같고 내 업이라 생각한다”고 슬퍼했다.
당시 사상자들은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아들의 위패를 사찰에 안치하기 위해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편 해당 케이블카는 지난 1989년 사찰 신축공사 시 건축자재 운반용으로 설치되었으며 공사 이후 주로 사찰로 음식을 나르거나 기타 불공 용품을 나르는 등의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케이블카 관리 책임이 있는 사찰 관계자 등을 상대로 과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