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그 사람 - 김영렬

닫혔으나 닫히지 않고

열렸으나 열리지 않은

그냥 훌쩍 뛰어 넘을 수 있을

구멍 숭숭 뚫린 시골집 담장처럼

보일 듯 말 듯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가슴에서 우는 새

길러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해 저문 서쪽 하늘

산기슭에 그림자 길게 드리우듯

그림자 찾아 십 리를 갑니다.

 

밤 부엉이 우는 소리에

대나무 이파리가 부스스 떨고

창문 스치는 솔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노라면

새근거리는 숨소리 들립니다

 

별을 헤며 새우렵니다

닿을 듯 멀리 있는

그 사람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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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숭숭 뚫린 시골 담장” 같은 하루를 오늘도 보냈습니다. 서쪽 하늘이 하루를 붉게 우려내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는 새가 있습니다. 오래 키워 온 울음소리에서는 보이지 않는 사람, 닿을 듯 멀리 있는 사랑의 숨소리가 들립니다. 잠이 쉬 올 리 없습니다. 밤하늘에 초롱초롱한 저 별에게 하소연하며 긴 밤을 지새울 도리 밖에요. 그리움은 왜 이리 먹먹할까요?  /김제김영